중국 23년 만에 최대 적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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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중국의 올 2월 무역적자가 뜻밖에 많았다. 중국 해관(관세청)에 따르면 314억8000만 달러(약 35조2500억원)였다. 월간 적자론 1989년 이후 가장 많았다. 중국의 설 연휴 동안 생산·수출 차질을 감안하더라도 많다. 2월 수출입 2600억 달러의 12.1%에 이른다. 로이터 통신은 “설 연휴 때문에 발생하는 무역 적자는 30억~60억 달러 사이였다”고 11일 전했다.

 중국 정부가 미국 대통령 선거의 해를 맞아 갈등을 피하기 위해 ‘창조적 숫자게임(Creative Numbers Game·분식)’을 벌였다는 추측도 나돌았다. 그랬다 하더라도 그 규모가 너무 크다. 수출이 많이 줄어든 게 가장 큰 원인이었다. 올 1월보다 23.6%나 감소했다. 중국의 최대 수출시장인 유럽 침체 영향이 컸다.

 반면 수입은 예상치만큼은 아니었지만 적잖이 늘었다. 올 1월보다 약 19% 증가했다. 원유와 구리 등 원자재 수입이 늘어난 게 가장 컸다. 블룸버그 통신은 도쿄·홍콩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중국 무역적자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도했다.

 원자바오(溫家寶·70·사진)가 이끄는 중국 경제정책팀의 대응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지고 있다. 지난 주말에 발표된 중국의 2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3.2%였다. 20개월 최저 수준이었다. 원자바오팀이 정한 억제목표 4%와 차이도 적지 않았다. 켄 펭 BNP파리바의 중국 경제분석가는 10일 파이낸셜 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예상보다 큰 무역적자와 안정적인 소비자 물가 흐름에 비춰 중국 정부가 긴축 고삐를 풀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자바오가 2008년 하반기처럼 공격적인 경기부양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FT는 “중국 정부가 지급준비율을 낮출 것으로 보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 전망”이라고 전했다.

 중국의 수출 감소는 한국 기업들에 좋은 소식은 아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양평섭 북경사무소장은 “한국이 중국에 수출하는 품목은 소비재가 아닌 부품 등”이라며 “중국에 소비재 수출을 빨리 늘리지 않으면 중국 수출 감소가 한국 무역수지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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