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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망스' 예술·외설의 희미한 경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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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목은 '로망스'. 가을 바람을 타고 밀려든 애잔한 멜로물을 기대할 관객이 있을 법하다. 하지만 그런 예상은 일찌감치 접어야 한다.

오히려 모험 이야기란 본래의 뜻을 생각하면 적확하다. 그런데 영화 '로망스'의 모험은 섹스에 집중돼 있다. 또 수위 높은 표현으로 전세계적 논란을 일으켰다.

한국에서도 그 논쟁이 재연될까.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

28일 개봉할 '로망스'(18세 이상 관람가)의 한국판은 주요 부분이 모자이크 처리됐기 때문이다. 노출된 성기, 가학적 성애 장면 등.

'로망스'는 프랑스 여류작가이자 감독인 카트린 브레이야의 작품.

동거하는 남자 친구 폴(사가모르 스테브넹)이 성관계를 계속 거부하자 성적 방황에 빠지는 초등학교 여교사 마리(카롤린 뒤세)의 얘기를 다루고 있다.

그렇다고 포르노류의 난잡한 영화는 결코 아니다. "불균형한 사랑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랑을 찾아가는 여성의 정체성을 탐구했다"는 감독의 설명처럼 남자들이 잘 모르는 여성들의 미묘한 심리를 섬세하게 추적했다.

신체의 가장 은밀한 곳까지 카메라를 들이대는 공격적 영상에도 작품 전반적으론 차분한 자세를 잃지 않는다.

청순한 얼굴을 지닌 여배우의 영향도 있지만 그보다는 냉정한 시각에서 여성을 관찰하려는 감독의 의도가 곳곳에 배어 있다.

그러나 과감한 성기 노출, 이탈리아 출신 포르노 배우 캐스팅 등으로 '로망스'는 지난해 칸영화제 이후 전세계적인 반향을 끌어냈다.

연초 호주에선 상영금지 처분 논쟁이 붙었고, 지난주 대만에선 포르노로 판정받아 수입사가 상영을 포기했다. 유럽에선 일단 외설보다 예술 쪽으로 의견이 정리된 상태다.

'로망스'는 지난 4월 전주영화제에서 원작 그대로 소개됐다. 외국과 다르다면 수입사가 미리 화면을 처리해 심의를 받았다는 점.

10곳 이상 장면 삭제를 요구한 심의당국에 맞서 영화 자체를 포기한 대만과 대조된다. 그래도 예술영화와 포르노의 경계가 궁금하다면 지워진 화면을 상상 해가며 감상하는 재미도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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