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대덕밸리] 냉각모듈 업체 에이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기술 벤처의 집적단지로 주목받는 대덕 밸리 주변의 기업을 현장 탐방한다.

이들 기업은 연구원 기술로 창업해 독특한 기술력을 자랑하며 해외 시장에도 눈을 돌리는 특징을 갖고 있다.

첨단 전자제품일수록 냉각이 필수적이다. 작게 만드면서 열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열판이나 팬으로 하는 냉각방식으론 제품의 크기를 줄이는데 한계가 있었다.

최근 ''히트 파이프'' (Heat Pipe) 로 열을 식히는 방식을 개발해 세계 냉각 모듈 시장을 상대로 출사표를 던진 업체가 있다.

대전시 유성구 에이팩(대표 송규섭) 은 전자통신연구원에서 17년동안 히트 파이프만 연구해온 세명의 연구원이 힘을 합쳐 지난해 7월 창업했다.

히트 파이프란 진공 구리막대로 내부에 실보다 가는 구리 섬유가 촘촘히 들어있다. 열전도율이 구리의 수백배로 아무런 동력없이 발생하는 열을 외부로 배출시킨다. 이동전화 기지국의 단말기와 노트북 등에 많이 쓰인다.

에이팩이 만든 히트 파이프의 핵심은 ''윅'' (wick) 이란 구조다.

99.999%의 순도가 높은 구리를 사용해 물이나 메탄올을 집어넣은 뒤 진공 상태로 만들고 양끝을 막는다.

한쪽 끝에 열을 가하면 물이나 메탄올이 증기로 변해 다른 쪽 끝으로 열을 빨리 전달하면서 식힌다.

열이 식은 뒤 증기가 다시 액체로 변해 자동 순환하며 열을 식히는 방식이다.

길이 2m의 히트 파이프 한쪽 끝을 가열할 때 온도 전달 시간이 5초로 짧고, 가열 부분과 다른 쪽 끝부분의 온도 차가 섭씨 1도에 불과하다.

선진국 제품과 비교할 때 전달 속도는 2~4배 좋은데 가격은 20~30% 싸 국내 전자업체와 이동통신업체의 관심을 끌고 있다.

히트 파이프 기술은 세계적으로 3개 회사만 갖고 있다. 국내에선 노트북 등에 사용하는 냉각 모듈을 그동안 전량 수입에 의존해왔는데, 에이팩은 내년부터 연간 50만개의 노트북 PC용 냉각모듈 양산 체제에 들어갈 계획이다. 에이팩은 미국.일본에 이 기술의 특허를 출원했다.

에이팩에는 열 분야뿐만 아니라 진동.소음.전자파 분야의 전문가가 포진해 있다.

히트 파이프를 만드는데 머물지 않고 시스템 설계를 통해 전자제품의 냉각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송규섭 대표는 "정보통신 시스템의 고장 원인 가운데 55%가 온도 문제일만큼 냉각 부품이 중요하다" 며 "제품을 내놓기 전에 5차례 이상 성능 시험을 거친다" 고 강조했다.

에이팩은 해외 시장에도 눈을 돌려 지난 9월에는 미국 시카고에서 개최된 세계 개인휴대통신 전시회에 출품해 상담을 벌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