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경제] 주5일 근무제 하면 뭐가 좋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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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틴틴 친구들은 이틀전 신문을 보고 기쁘지 않았나요.대학생 형·언니들처럼 주 5일만 수업할지도 모른다는 기사가 실렸잖아요. 올해 안으로 주 5일 근무제가 법으로 제정된다는 기사 말입니다.

직장에 나가는 부모님이랑 토요일에도 함께 놀 수 있게 되었으니 다들 좋아했겠지만 어떤 친구는 토요일을 노는 날로 하기 위해 왜 법까지 만들까 의아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나 주 5일 근무제에는 친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사정이 있습니다.다른 나라에서는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죽는 고통스러운 역사가 있었구요, 우리나라는 지금도 서로 상반되는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지요. 자 이제 그 사정을 함께 들여다 보죠.

◇주 5일 근무제는 어떻게 하는 것일까요=우리나라의 현재 노동법은 노동자가 일주일에 44시간을 일하도록 정하고 있어요.부모님이 토요일에도 출근하는 이유지요.

하지만 실제로 일하는 시간인 실질노동시간은 그것보다 훨씬 많지요.일년으로 따지면 2천4백97시간이 되는데 선진국의 경우 약 2천시간인 것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노동자는 외국 노동자보다 한해에 약 5백시간 더 많이 일하는 셈이 됩니다.

일하는 시간이 많은 부모님은 토요일에도 가족과 놀아줄 시간이 없고 취미 생활을 즐길 여유도 없죠. 주말이면 피곤해서 잠만 자는 부모님을 보며 원망도 많이 했겠지만 그만큼 힘들어 하신다는 걸 틴틴 친구들은 잘 알잖아요.

이러한 부모님을 위해 토요일만이라도 가족과 함께 여가를 즐길 수 있게 해주자는 것이 주 5일 근무제의 목적입니다. 조금 어렵게 얘기하면 '삶의 질'을 높여주자는 것이죠.

오래 전부터 노동자들은 사람답게 살 권리를 얻기 위해 싸워왔습니다.1백여년전 미국의 기업주들은 노동자들에게 형편없이 적은 월급만을 주면서도 하루 14∼18시간의 노동을 강요했어요.

굶주림과 과로에 견디다 못한 노동자들은 1886년 5월 1일 대대적인 파업을 했는데 이때 많은 사람들이 경찰의 강제진압 중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 사건이 확산돼 전세계적인 노동운동으로 이어졌고 1890년에는 하루 노동시간을 8시간으로 제한하는 법을 만들기 위해 국제적 시위가 벌어졌어요. 그 후로 전세계가 매년 5월 1일을 노동절 또는 ‘메이데이(Mayday)’라고 부르며 기념하고 있답니다.

우리나라도 사실 비슷했어요. 자원도 기술도 없이 오직 값싼 노동력 하나만으로 경제를 부흥시켰던 60∼70년대에는 어린 여공들이 하루 13시간 이상의 노동을 해야만 했습니다.그러나 나라의 형편이 나아지자 노동조건 개선에 대한 노동자들의 요구가 거세졌죠.

또 선진국들의 모임인 OECD(경제협력기구)에도 우리나라가 가입하게 되자 국내의 노동환경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일기 시작했어요. 그리하여 89년엔 법으로 정한 최대 노동시간인 법정노동시간을 기존의 주 48시간에서 주 44시간으로 줄였고 10년이 지난 지금 다시 40시간으로 줄이려고 하는 것이죠.

◇주 5일 근무를 하면 뭐가 달라질까요=그렇다면 법정노동시간을 줄이면 뭐가 달라질까요.우선 실질노동시간을 단축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답니다.

현재 노동법은 법정노동시간을 초과한 노동은 시간외 노동으로 분류해 원래 시간당 임금의 1.5배를 노동자가 받도록 정하고 있어요.따라서 비용이 부담되는 기업주들은 법정노동시간을 지키려고 할 것이고 실질노동시간은 줄어들게 되는 것입니다.

또 노동계에선 법정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이 실업자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주장하고 있어요.노동자 한사람당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면 그만큼 여러 사람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죠.

또 OECD 회원국들 가운데 유일하게 토요일 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다는 점과 노동시간이 길수록 생기기 쉬운 산업재해 역시 우리나라가 가장 많다는 점 등도 법정노동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근거로 내세우고 있어요.

그러나 임금을 주는 기업의 입장에선 노동시간이 줄어드는 게 큰 부담이 될 수도 있어요.노동시간은 줄어드는데 임금은 그대로 줘야 한다면 비용이 그만큼 더 들어갈 수 있거든요.노동시간이 준 만큼 부족한 인원을 보충해야 하니까요. 또 재계에선 국민소득이 우리나라의 두 배에 이르는 대만도 주 5일 근무제를 실시하지 않고 있으며 법정노동시간도 48시간이라는 점을 들기도 합니다.

이렇듯 노동계와 재계가 엇갈린 주장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주 5일 근무에 원칙적인 합의를 이뤘다는 사실은 의미가 커요. 그것은 우리나라의 노동환경이 선진국처럼 좋아질뿐 아니라 삶의 질을 향상시킴으로써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재계와 노동계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요=주 5일 근무를 처음 도입한 나라는 프랑스입니다.이 나라는 지금으로부터 66년전인 1936년에 이미 법정노동시간을 주 40시간으로 정했답니다.

또 임금을 받으면서 쉴 수 있는 유급휴가도 연간 2주일로 정하구요. 이후 프랑스는 점차 법정노동시간은 줄이고 유급휴가는 늘려와 지금은 주 35시간 근무와 5주 휴가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유럽의 다른 나라들도 대부분 주당 노동시간을 40시간 미만으로 정해두고 있어요.

이웃 나라인 일본의 노동시간은 다른 주요 선진국에 비해 긴 편입니다.그래도 87년에 이미 법정노동시간을 주당 48시간으로부터 40시간으로 줄이는 내용으로 노동기준법을 개정했지요. 또 93년에는 초과 근무와 휴일 근무를 억제하기 위해 수당을 인상하고 시간외 근무 상한선을 설정하며 유급휴가를 늘리는 내용의 ‘노동시간 단축촉진에 관한 임시조치법’을 제정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런 나라들을 당장 따라잡을 수는 없겠지만 지금부터 하나 하나 고쳐나간다면 틴틴 친구들이 취직할 땐 우리나라도 분명 '삶의 질'이 높은 나라가 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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