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살아보니…" 주부들의 '생생' 단독주택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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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주기자] 1996년 서울 서초구 S고등학교를 졸업한 여고동창생 박모(36)씨, 전모(36)씨, 최모(36)씨가 만났다.

오랜만에 모인 이들은 음식점에 들어가 앉기 무섭게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헤친다. 오늘의 주요 관심사는 최근 마포구 성산동의 단독주택으로 이사한 박씨의 생활사.

20여 년을 아파트만 살다가 단독주택으로 이사한 박씨는 할 말이 많다. 최씨도 최근 남편이 경기도 판교신도시의 타운하우스로 이사하자고 해 단독·연립주택에 대한 관심이 많다.

평생 아파트에서만 살아온 최씨는 웬지 아파트 외에 다른 주택은 불편할 것만 같다. 이들의 수다를 들어봤다.

▲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갖고 있는 단독주택 로망. 단독주택 살이 실제론 어떨까.

-“이사하니까 어때? 살만 하니? 아파트가 편하지?”

-“어우야, 말도 마. 주차 땜에 아주 골치가 아퍼. 우리 집에 차가 두 대잖니. 차고에 한 대 밖에 못 넣어서 남편차를 집 앞에 세우거든. 앞집 하고 맨날 신경전이야. 스트레스 받는다, 야.”

-“니네 집 앞에 니네 차 세우는데 왜 신경전이래?”

-“앞 집 입장에선 자기네 집 앞도 된다는거지. 글쎄, 지난 주말에는 시동생네가 놀러 왔는데 옆집 담 밑에 세워뒀다고 득달같이 빼라고 연락이 온거야.

알다시피 주택가에 차 댈 데가 있니. 내려가서 낮에 3~4시간만 세워두겠다고 양해를 구했는 데도 안된다고 해서 시동생이 30분을 주차할 곳 찾아서 헤맸다니까. 시동생 보기 창피하더라, 정말.”

아파트는 주차·보안 편하고 따뜻

-“그렇겠네 정말…. 보안은 어때? 불안하지 않아?”

-“그것도 좀 그래. 이사하자마자 자물쇠 싹 바꾸고 지문인식 도어락에 보조 자물쇠도 달았어. 대문은 무용지물인 것 같아. 그 정도 담은 성인남자면 어렵지 않게 넘을 수 있을 것 같은거지. 무인경비시스템 들여야 하나 고민하고 있어.”

-“그래도 애 키우긴 편하지 않아? 난 어제 또 아랫집이랑 한바탕 했어. 아랫집 총각이 또 올라온거야. 공무원 시험 준비한다는 아랫집 아들래미 있잖아. 아니 공부를 도서관가서 하지 왜 집에서 한다고 난리라니.”

-“걔 대학 졸업한지 꽤 되지 않았어? 아직도 못 붙은거야?”

-“그러게 말이야. 맘 같아서는 내가 도서관비 대주고 나가서 공부하라고 하고 싶어. 1층을 샀어야 하는데 어떻게 버틸지 모르겠다. 무작정 애들 혼낼 수도 없고.”

-“그래도 단독주택으로 이사오니까 그건 편해. 니들도 알다시피 우리 집 애들이 좀 극성이냐. 미운 5살, 때리고 싶은 7살이라잖아. 사내 애 둘 감당이 안됐는데 이사오고 나서는 뛰던 말던 내버려 둬. 애들은 정말 좋아해.”

-“이야, 그거 정말 부럽다. 참, 마당에 고추랑 상추 심는다더니 심었니?”

-“겨울이잖아. 아직. 그렇잖아도 날 풀리면 꽃도 심을 계획이야. 주차 때문에 스트레스 받다가도 마당 생각하면 기분 풀린다니까. 큰 목련나무 있잖아. 그게 꽃피면 그렇게 예쁘다네. 요새 아침마다 마당에서 남편 줄넘기 시켜. 뱃살 좀 빼라고…. 전엔 출근이 늦었네, 헬스장 왔다갔다 하기 번거롭네 하면서 온갖 핑계 대고 헬스장 안 갔거든. 어쩔꺼니, 이제. 앞마당에서 줄넘기 하라는데 무슨 핑계로 안하겠어.”

단독주택은 아이들 놀기 편하고 마당 가꾸는 재미 있어

-“나도 연말쯤 이사할 것 같아, 판교로. 애 아빠가 끈질겨. 자기 꿈이라나, 어쩐다나….”

-“그래도 타운하우스는 주차·보안 이런거 잘 돼 있지 않아?”

-“그런 것 같긴 하더라고. 이사하려는 데가 200가구 정도 되거든, 단지가. 어쨌든 여러 가구가 모여 있으니까 관리시스템은 아파트단지랑 비슷한거 같더라. 관리업체 선정해서 관리 맡기는건가봐.

주차공간도 가구당 2대는 주고. 해놓긴 잘 해놨던데 나중에 팔릴까, 싶어. 어쨌든 대출도 끼고 가야 하는데 급한 일 생겨서 팔아야 하는데 안 팔리면 어떻게 하니."

-“요샌 단독·연립 찾는 사람 꽤 많데. 신문에도 나잖아. 아파트는 덜 짓는데 단독·연립은 많이 짓는다고. 집값도 꾸준히 오른다던데.”

-“하긴…. 아파트 갖고 있어봐야 예전처럼 오를 것 같지도 않는데 그냥 애 아빠 소원대로 이사할까봐. 참, 이번 겨울 어땠어? 춥진 않았니? 단독은 외풍 있잖아. 난 정말 추운건 질색이다.”

-“왜 아니겠어. 외풍 얘기는 많이 들었는데 진짜 공기가 서늘하더라고. 근데 거실이랑 안방은 창호 바꿨거든. 괜찮더라. 옛날 창호 그대로인 작은 방은 외풍이 대단해. 근데 그 방은 애들 장난감 방으로 쓰니까 그대로 뒀어. 대신 바닥은 끝내줘. 보일러 잠깐만 돌리면 뜨끈뜨끈한게 찜질방 같다니까.”

-“그러게. 난 요새 허리가 안 좋아서 전기장판 끼고 살아. 뜨끈한 바닥에 허리 지지면서 자면 싹 나을 것 같다, 야.”

-“이런 저런 불편한 것도 있는데 어린 애들 있으니까…. 신나게 뛰어 노는 애들 혼내지 않아도 되는게 제일 좋아. 옆집, 아랫집, 윗집 눈치 안 보고 편하게 사니까 좋은거지. 날 풀리면 애들이랑 같이 고추 키워보려고.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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