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부 홈피 공격한 초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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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평소 인터넷 게임을 즐겨 하던 A군(16)은 지난해 11월 TV 뉴스를 보다 깜짝 놀랐다. 여성가족부가 ‘셧다운제(청소년 심야 인터넷 게임 제한 제도)’를 시행한다는 내용이었다. A군은 부아가 났다. ‘나이가 어리다고 게임도 못하게 하다니….’

 지난 1월 A군은 인터넷에 있는 여성부 안티 카페에 가입했다. 여성부 정책에 반대하는 네티즌들이 모여 비판 글을 올리는 곳이었다. 카페 회원인 B군(13)은 여성부가 군가산점 부활에 반대하는 것에, C(11)군은 여성부가 좋아하는 가수의 음반을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한 것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

 A군 등은 자유게시판에서 ‘여성부 홈페이지를 테러하자’고 의견을 나눴다. 이들은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 프로그램을 이용해 같은 달 26~29일 네 차례에 걸쳐 여성부 홈페이지를 공격했다. 경찰에 붙잡힐 것을 우려해 접속지역을 허위로 표시하도록 하는 IP 변경 프로그램도 활용했다. 하지만 홈페이지는 끄떡없었다. 여성부가 공격 사실을 파악하고 해당 IP를 차단했기 때문이다. 경찰 추적 끝에 검거한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우리 10대들의 마음을 몰라줘 서운한 마음에 그랬다”고 진술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A군을 불구속 입건하고 B군 등 두 명은 가정법원에 송치했다고 6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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