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8500만원 현금 봉투 곳곳에 뿌린 정체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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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기부자로부터 행운의 돈봉투를 기부 받은 브라운슈바이크의 빈곤아동단체 관계자.

현대판 로빈 후드일까, 주체할 수 없는 거액의 복권 당첨자일까. 독일의 한 마을에 이름 없는 기부자가 현금 봉투를 곳곳에 뿌리고 다녀 화제가 되고 있다고 영국 데일리메일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자비의 돈 세례’는 지금까지 집계된 것만 총 16만 파운드(약 2억8500만원)에 이른다.

행운의 마을은 독일 니더작센주(州) 중동부의 브라운슈바이크. 시작은 지난해 11월 지역 신문 브라운슈바이크 차이퉁이 핸드백을 강탈 당해 충격에 빠진 여성의 사연을 보도하면서다. 이 신문사에 어느날 문제의 기사를 동봉한 흰 봉투가 도착했다. 안에는 500유로짜리 지폐 20장, 총 1만 유로(약 1480만원)가 들어 있었다.

이후에도 비슷한 흰 봉투가 마을 곳곳에 도착했다. 강도 피해자나 호스피스 간호사, 자선단체나 장애인 가족을 수혜자로 지목하면서 수천 내지 수만 유로를 동봉했다. 봉투는 때로는 교회 기도서에, 때로는 신문사 문지방 깔개 밑에, 혹은 관계 단체 우편함에 놓여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가 복권 당첨자이거나 막대한 유산 상속자일지 모른다고 추측한다. 최근 봉투를 선사받은 호스피스 병동 관리인 마크 크노벨은 “어려운 시기에 부자로부터 돈을 뺏어다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현대판 로빈 후드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부받은 이들은 모두 돈을 적절한 곳에 쓰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브라운슈바이크 차이퉁 신문사 측은 “익명을 원하는 기부자의 의사를 존중해 그가 누군인지 파헤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 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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