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당선을 ‘신의 선물’이라 한 그들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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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곽노현)이 교육감이 된 것은 고통 중에 있는 학생·교사·학부모에게 신이 주신 선물같았습니다.”

 지난해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후보 매수 사건을 담당한 재판부에 이 같은 내용의 탄원서를 보내거나 구명운동을 한 전교조 출신 등 교사 6명이 교육청에서 파견교사로 근무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무상급식·학생인권조례 등 곽 교육감의 핵심 공약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비서실 직원의 공립교사 특채, 동지로 부르는 정광필 전 이우학교 교장의 비서실장 영입 등 ‘제 사람 심기’에 이어 전교조 교사 파견 문제가 불거지자 곽 교육감 인사는 공정성을 잃은 ‘보은·코드 인사’라는 비판이 교육계에서 나오고 있다.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은 5일 기자간담회에서 “파견교사 15명 중 6명이 구명운동을 벌였고 대다수가 전교조 소속”이라며 “곽 교육감의 인사전횡이 도를 넘었다”고 비판했다. 교총 등에 따르면 파견교사 가운데 손동빈 교사 등은 지난해 9월 혁신학교 교사 195명과 함께 낸 성명서에서 “그분(곽노현)이야말로 우리 교육의 문제를 해결하고 되살릴 서울 교육의 진정한 수장”이라고 주장했다. 1일 교육청에 파견된 한기현 교사는 지난해 11월 재판부에 보낸 공개 탄원서에서 “곽 교육감의 교육개혁이 멈춘다는 것은 학생·교사·학부모의 행복과 만족과 보람이 멈추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육청은 교사 파견이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공무원 임용령은 업무 소관이 명백하지 않거나 관련 기관 사이에 긴밀한 협조가 필요할 경우 교사 파견을 허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해당 과의 요청에 따라 뽑았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태형 교과부 교원정책과장은 “학교 인력 부족을 고려해 교사 파견은 최소화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김동석 한국교총 대변인은 “교육정책에 관여할 수 있는 교육청 발령은 평교사들에겐 하늘의 별 따기”라며 “검증 과정도 없이 파견교사를 무더기로 뽑은 것은 교육감의 한풀이식 특혜·보은 인사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시교육청 일반직공무원노조 이점희 위원장은 “교육청 내에서도 전교조만 빼곤 (곽 교육감에게) 100% 등을 돌렸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5일 이 위원장이 전날 전체 직원에게 ‘곽 교육감은 부당 인사를 철회하라’며 보낸 e-메일을 삭제해 직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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