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판 이기면 10억원, 비기면 5억 … 당근 내건 중국 축구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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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2003년 7월 러시아 석유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첼시를 인수한 이후 세계적인 부호들 사이에서 축구팀 매입이 유행처럼 번졌다. 중국에는 수퍼리그(1부리그) 광저우 헝다의 구단주 쉬자인이 있다. 광저우 굴지의 건설그룹 헝다(恒大)의 회장으로, 2010년 2부리그 클럽을 인수하며 축구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광저우 헝다의 2010시즌 2부리그 우승과 2011시즌 1부리그 우승을 일궈냈다.

 쉬자인 회장은 광저우가 1부리그에 처음 도전장을 낸 지난 시즌에 ‘통 큰 베팅’을 선보였다. 정규리그 경기에서 이기면 선수단에 500만 위안(8억3000만원)을, 비기면 100만 위안(1억7000만원)을 지급했다. 대신 경기에서 패할 경우엔 300만 위안(5억원)의 벌금을 물렸다. 도박을 좋아하는 중국인의 특성을 잘 살린 베팅으로 선수들의 승부욕을 자극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지난해 광저우는 정규리그 20승8무2패로 1부리그 우승컵을 차지했다. 지난해 광저우가 사용한 600억원(추정치)의 구단 운영비 중 34%에 해당하는 204억원가량이 승리수당으로 풀렸다.

 광저우가 중국 챔피언 자격으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나서는 올 시즌엔 베팅 시스템이 변경됐다. 정규시즌의 경우 ‘3-0-3 제도’를 도입했다. 승리 수당을 300만 위안으로 낮췄고, 무승부 수당을 없앴다. 대신 챔피언스리그 승리수당을 크게 올렸다. 이른바 ‘6-3-0’ 시스템이다. 한 번 승리할 때마다 600만 위안(10억원)이 승리수당으로 풀린다. 무승부만 해도 300만 위안을 거머쥘 수 있다. 올 시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4강 이상’을 목표로 정한 구단이 ‘당근’을 잔뜩 내놓은 것이다.

 광저우 헝다의 챔피언스리그 첫 상대는 지난 시즌 K-리그 챔피언 전북 현대다. 7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맞대결을 벌인다. 5일 전주에 입성한 이장수(56) 광저우 감독은 “선수들에게 ‘중국축구의 저력을 보여주고 두둑한 승리수당도 가져 가자’고 독려했다”며 웃음지었다.

전주=송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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