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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바다 헤치며 96시간 사투 … 홍성택, 세계 첫 베링해협 횡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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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달 9일 베링해협횡단탐험대가 알래스카 놈 베이스캠프에서 현지 적응 훈련을 하고 있다. 탐험대는 베이스캠프에서 헬기를 타고 시베리아로 건너가 탐험을 시작했다. 사진 왼쪽부터 정이찬 대원·윤태근 원정대장·정찬일 대원·홍성택 탐험대장·박동욱 촬영감독·최재영 대원. [베링해협횡단탐험대 제공]
고 박영석

홍성택(46) 대장이 이끄는 베링해협횡단탐험대(하그로프스 후원)가 28일 오후 2시(러시아 현지 시간) 횡단에 성공했다. 홍 대장과 정찬일(34)·최재영(29)·정이찬(28) 대원은 지난달 24일 11시 30분 시베리아 동단 우웰렌을 출발해 알래스카 서단 웨일즈에 도착했다. 96시간에 걸친 사투였다. 베링해협은 시베리아와 알래스카 사이, 2월에만 결빙되는 얼음 바다다. 직선 거리는 85㎞이지만, 떠다니는 유빙을 타고 넘어야 하기 때문에 거리 예측이 불가능하다. 2007년 고(故) 박영석 대장이 횡단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탐험대는 오후 7시, 얼음바다의 끝 웨일즈에서 헬리콥터를 이용해 베이스캠프가 있는 알래스카 놈으로 귀환했다. 홍 대장은 캠프에 도착하자마자 본지와 전화 통화에서 “5일에 걸쳐 160㎞를 걸었다. 떠다니는 유빙과 블리자드(폭풍우)로 고생했다. 대원들 모두 얼굴에 동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고생한 보람도 있었다. 세계 최초 베링해협 도보 횡단을 공식적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베링해협은 1989년 러시아 탐험가 드미트리 슈파로가 횡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홍 대장은 “시베리아에서 알래스카로 베링해협 횡단에 성공한 팀은 우리가 세계 최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에서 출발할 때, 베링해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인 프로비제니아 시장과 박물관장, 신문사 사람들이 ‘러시아는 드미트리의 횡단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했다. 홍 대장은 “현지 신문 프로비제니아지의 예브게니 루야모퍼 기자가 ‘드미트리는 중도에서 한 번 포기한 뒤, 헬기를 타고 베이스캠프로 돌아왔다. 그리고 헬기를 타고 그 지점으로 날아가 횡단을 마쳤다. 이는 완전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당신들이 성공한다면 기네스북에 등재되는 첫 번째 팀이 될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또 1990년대 영국인 탐험가 한 명이 알래스카에서 출발해 시베리아 방향으로 건너갔지만, 미국과 러시아의 허가를 받지 않은 무허가 탐험이었다.

 5일간의 탐험은 악몽의 길이었다. 영하 40도에 육박하는 추위와 살을 에는 블리자드로 인해 대원들은 동상을 입었다. 또한 바다가 예년보다 단단하게 얼어있을 것으로 예측했지만, 정작 바다는 유빙 지대였다. 홍 대장은 “바다는 거북의 등판 같았다. 리드(유빙과 유빙 사이 갈라진 바다)가 수도 없이 많아 헤엄쳐 갈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원정대가 끄는 썰매는 물에 뜨도록 특수 제작됐다.

 앞서 도전한 고 박영석 대장의 경험도 크게 도움이 됐다. 홍 대장은 “영석 형은 러시아에서 미국 땅으로 넘어오는 지점(출발 지점에서 약 80㎞)에서 흐르는 유빙에 갇혀 탐험에 실패했다. 우리는 이 지점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곳을 통과할 때 잠을 자지 않고 빠르게 전진했다”고 말했다. 고 박 대장의 말에 따라 베이스캠프를 시베리아가 아닌 알래스카에 구축한 것도 성공의 밑바탕이 됐다. 홍 대장은 “영석형이 지난가을 안나푸르나로 가기 전, 그리고 실패했던 2007년에도 ‘네가 베링해협에 도전한다면 알래스카에 캠프를 구축해라. 시베리아에서 시작하면 시일이 오래 걸려 때를 놓친다’고 조언해 줬다”며 “하늘에 계신 박 대장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당시 박 대장은 시베리아 대륙에서 해협까지 접근하는 데 시간을 허비해, 태평양의 흐르는 유빙 속에 갇히고 말았다. 결국 구조헬기를 타고 탈출했다. 홍성택 대장은 박영석 대장과 함께 1995년 에베레스트, 2005년 북극 탐험을 했다.

김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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