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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선영 의원의 눈물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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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선진당 박선영(사진) 의원이 단식 농성 중이다. 서울 효자동 중국대사관 앞에서다. 26일로 엿새째다. 중국에서 체포된 탈북자의 강제 북송에 반대하는 시위다. 한 사람 누우면 빠듯한 텐트를 쳐놓고 영하의 찬 바닥에 앉아 있다. 25일 농성 텐트를 찾았을 때 56세의 박 의원은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목이 부어 말도 잘 못했다. 그는 띄엄띄엄 “제가 죽거나 중국이 바뀔 때까지 단식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우리는 진보 진영 인사들이 단식 농성을 하는 것은 흔히 봐 왔다. 하지만 보수 진영에서 자신들이 지켜야 할 가치를 위해 온몸을 내던지는 걸 본 기억은 거의 없다. 선거를 앞두고 모든 걸 정치화하는 국회에서 지난 24일 ‘강제 북송 중단 결의안’이 상임위를 만장일치로 통과한 것은 박 의원이 보여준 진정성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단식 농성이란 형식을 지지하진 않는다. 따라서 박 의원이 단식을 풀고 북한 인권을 위해 계속 헌신해주길 기대한다. 박 의원이 온몸을 던져 만들어낸 파문은 이미 국제사회를 크게 강타했다. 뉴욕타임스 등 미국의 주요 언론은 “중국의 강제 북송 문제가 큰 저항을 불러오고 있다”며 서울의 시위 상황을 전하고 있다. 미 의회에선 중국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확산됐다. 다음 주 유엔 인권이사회는 이 문제를 논의한다.

박 의원을 길거리로 내몬 건 중국만이 아니다. 우리 정치도 한몫했다. 국회가 진작 법을 만들고 탈북자 문제에 관심을 쏟았다면 상황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인권 사각지대에서 신음하는 북한 주민을 돕자는 데 정파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그런데도 ‘북한 인권법’이나 ‘북한이탈주민 보호·정착지원법’ 개정안은 18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자동 폐기될 운명이다. 2005년 발의됐지만 제대로 심의 한 번 받지 못했다. 야당이 북한을 자극한다며 결사적으로 막은 탓이다.

민주통합당은 국내 인권문제만 나오면 세계인권선언을 들먹인다. 그런데 북한을 자극하면 안 된다며 북한 인권에 대해선 묵묵부답이다. 탈북자 북송을 비판하면서도 북한 인권법엔 반대한다. 아무리 봐도 억지춘향이고 앞뒤가 맞지 않는 태도다. 야당 눈치만 보면서 미적대는 새누리당도 무책임하긴 마찬가지다.

인권은 인간의 보편적 가치다. 한국 인권 따로, 북한 인권 따로가 아니다. 북한 인권법은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 미국은 2004년, 일본은 2006년 북한 인권법을 제정했다. 국회의 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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