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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Fi존 넓히는 게 통신복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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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안형택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총선을 앞두고 경제정책과 관련된 정치권의 공약 개발이 한창이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 대해서도 산업생태계의 건강한 발전과 정보통신 이용자 복지 증진을 목표로 하는 다양한 공약이 설계되고 있다. 최근 음성요금을 위주로 통신요금을 20% 인하하는 방안이 정치권 일각에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가 가격을 직접 통제하는 것은 경쟁이 도입된 통신시장에서 최선의 정책이라고 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아이폰이 도입된 지 불과 2년여 만인 2011년 말 42%에 이를 정도로 급속히 확대됐다. 양적 측면에서의 성장뿐 아니라 스마트폰은 이동통신서비스 이용행태 측면에서도 커다란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가져온 통신서비스 이용행태의 변화는 통신복지정책이 근본적으로 전환돼야 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일례로 지난해에 실시된 기본료 1000원 인하와 SMS 50건 무료 제공정책은 음성서비스의 요금 인하에 초점을 둔 것으로 비용 대비 효과를 극대화하지 못하는 비효율적인 것일 수 있다. 스마트폰 시대에는 통신복지정책이 무선인터넷 이용의 편의성을 높이고 데이터 사용요금의 부담을 경감시키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효율적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값비싼 3G나 4G 이동통신망을 사용하지 않고 와이파이(WiFi)망을 활용해 스마트 기기를 소지한 누구나 손쉽게 무선인터넷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무선인터넷 이용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스마트폰 시대에 요구되는 효율적인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WiFi망을 이용한 통신복지정책은 이미 세계적인 현상이다. 영국 런던은 2012년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이통사와의 협력하에 유럽 최대 규모의 무료 공영 WiFi존을 구축할 계획이다. 중국 베이징도 무료 WiFi망의 대폭적 확대를 통해 세계적인 ‘무선 시티(Wireless city)’로 거듭나겠다는 청사진을 밝힌 바 있다. 우리나라도 2010년 지방선거에서 여야가 공용 WiFi 구축을 통한 무료 무선인터넷 제공 공약을 경쟁적으로 발표했고, 서울시는 지난해 6월 ‘스마트 서울 2015’를 통해 통신 3사와 협력해 무료 WiFi 1만 개소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방통위 역시 지난해 7월 공용 WiFi 1000개소를 올해 상반기까지 통신3사가 공동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사업은 별로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스마트폰 시대의 무선인터넷 이용환경을 효과적으로 개선시키기 위해 정치권과 정부, 통신사들이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 WiFi가 설치돼 있지 않은 공공장소에 대한 신규 공용 WiFi망 구축은 자칫 비효율적 투자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여러 장애요인을 면밀히 분석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WiFi망이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게 된다면 무선인터넷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크게 증대될 것이다. 비용 측면에서도 통신 3사가 WiFi를 자사 가입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므로 개방에 따른 통신사의 직접적 수익 감소는 크지 않을 것이다. WiFi망을 이용한 무선인터넷 활성화는 콘텐트산업 등 스마트폰 생태계의 연관 산업들도 크게 활성화할 수 있으며, 나아가 연간 1000만 명에 이르는 외국인 방문객의 무선인터넷 부담을 완화시켜 ‘스마트 코리아’ 이미지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게 될 것이다.

안형택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