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코스닥지수 120선 넘지 못할것"

중앙일보

입력

코스닥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은 대체로 연말의 코스닥지수가 120선을 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본지가 1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COEX)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제2회 코스닥 CEO의 밤' 에 참석한 코스닥 등록기업 CEO 51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 나타난 것이다.

"장세가 현재의 침체국면에서 벗어난다고 볼 때, 올 연말 코스닥 지수를 얼마로 예상하는가" 라는 질문에 7명(13.7%)이 '100 미만' 으로 답했다.

'100 이상 120 미만' 은 26명(51%)으로 가장 많았으며, 150 이상이라고 예상한 CEO들은 7.8%에 불과했다.

CEO들은 또 코스닥시장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투자주체로 '기관' (43.1%)을 많이 꼽았다. '외국인' 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20%를 밑돌았다.

코스닥시장 활성화에 가장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엔 CEO들은 ▶신규 및 증자물량 과다에 따른 수급불균형(32.3%)▶기업.금융 구조조정 부진(26.1%)을 많이 들었다.

◇ 요즘 주가를 보면 한숨만〓올해 코스닥시장에 진입한 기업 사장들은 최근의 주가동향을 보면 답답하기만 하다고 입을 모았다. 어렵사리 등록심사 관문을 뚫고 입성했지만 주가가 공모가 아래로 떨어지고 경기도 불안해지자 이만저만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탓에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은 밝지 못했다. 올 연말까지 코스닥시장이 침체국면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란 예측이 많았다.

지난 3월 지수가 283까지 치솟았을 때는 300까지도 쉽게 갈 것이라던 장밋빛 전망은 찾아볼 수 없었다.

◇ 수급불균형이 제일 큰 문제〓침체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역시 연이은 신규등록 및 증자로 인한 공급과다가 꼽혔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핸디소프트의 안영경 사장은 "코스닥시장은 무차별적인 신규물량 공급으로 우량 기업들도 침체 장세에 휩쓸리는 피해를 보았다" 고 말했다.

코스닥시장에 국한되지 않은 증시 전체의 근본적인 악재로는 역시 기업.금융 구조조정의 부진이 지적됐다.

생명공학 업체인 마크로젠의 서정선 사장 등 25명은 "기업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하면서 국내외 투자자들로부터 신뢰감을 잃고 코스닥 장세가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고 주장했다.

◇ 거품논쟁엔 부분적으로 수긍〓닷컴기업들의 '버블' 논쟁에 대해서는 상당수 사장이 어느 정도 거품임을 인정했다.

에쎈테크의 조시남 사장과 한원마이크로웨이브의 장형식 사장을 비롯한 15명은 "코스닥시장이 지난해 활황을 이뤘던 것은 코스닥기업의 성장성이 기존 전통산업보다 유망하고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때문이었는데 올들어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시장 침체를 부채질했다" 고 진단했다.

올 초부터 간헐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는 주가조작 사건도 또 다른 침체요인으로 꼽혔다.

인투스테크놀러지 홍윤택 사장은 "주가조작이 난무한다는 인식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바이 코스닥' 행진을 주춤하게 만들었다" 고 말했다.

◇ 부실기업 과감히 퇴출시켜야〓CEO들은 이런 악재들을 헤치고 코스닥시장이 살아나려면 경제 전반의 발목을 잡고 있는 부실 기업 및 금융기관을 신속하게 퇴출시키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침체 탈출의 수단으로 등록기업간의 M&A를 주장한 사장들도 꽤 있었다.

시스템 통합업체인 비트컴퓨터 조현정 사장은 "벤처기업 붐이 일면서 유사한 업종들이 대거 코스닥에 진입했는데 생산설비나 연구개발을 함께 하면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에 경쟁력을 대폭 높일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일관성 있는 정책과 연.기금의 주식투자 확대 등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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