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장전 없이 트럭서 12발을…" 北방사포 위력 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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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사정거리 170㎞에 이르는 300㎜ 다연장로켓포(방사포)를 개발한 것은 유사시 평택의 주한 미군기지를 타격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서울 용산에 주둔하던 미군이 2016년 직선거리 65㎞ 이상 남쪽으로 떨어진 평택으로 옮기면 북한의 기존 방사포(최대 사정거리 90㎞) 사정권을 벗어난다. 북한엔 공격력 저하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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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 개발한 방사포는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1980년대 중반 개발한 240㎜ 방사포는 수도권을 위협하는 가장 효과적인 무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주한 미군기지가 평택으로 이동하는 것은 유사시 평택을 근거지로 반격 전력을 재편성하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지역에서 전쟁을 수행하겠다는 뜻이었다. 또 유사시 한반도에서 미국의 자동 개입을 부르는 ‘인계철선(引繼鐵線)’ 역할을 점차 축소하겠다는 상징성도 반영돼 있다.

 그러나 북한의 신무기 개발로 이 같은 한·미 전략은 차질을 빚게 됐다. 황해도 인근에서 포격해도 평택이 여유 있게 사정권에 든다. 휴전선 인근에서 발사하면 우리 육·해·공 3군 통합기지가 있는 계룡대에도 포탄이 떨어진다. 군 당국자는 “한 번에 집중포화가 가능한 다연장포의 사정거리가 길어지면 후방 이동의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북한의 방사포는 재장전 없이 한 번에 최대 24발의 발사가 가능하다. 새로 개발한 300㎜ 방사포는 최대 12발을 트럭에 싣고 다니면서 발사할 수 있다. 우리 군이 발사 지점을 포착해 반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군 관계자는 “미사일은 재장전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발사 징후를 사전에 포착할 수 있어 우리 공군력으로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며 “하지만 방사포는 치고 빠지는 무기이기 때문에 제거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북한은 최근 휴전선 일대에 방사포 보관용 동굴을 만들어 우리 군의 반격에 대비하고 있다. 특히 북한이 탄두에 화생방 무기를 탑재할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우리 군도 사거리 300㎞에 이르는 에이태큼스(ATACMS)와 사거리 60㎞ 다연장로켓포인 MLRS를 보유하고 있지만 북한보다 숫자가 적다. 북한이 300㎜ 방사포를 실전 배치할 경우 우리가 전략적으로 열세에 빠진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경제난을 겪고 있는 북한이 우리 군의 무기 현대화 속도를 따라올 수는 없다”며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무기 개발에 몰두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계철선(Tripwire)=전선(戰線)에서 적군이 침입할 때 건드리면 폭발물이나 조명탄·신호탄 등을 터뜨려 적을 살상하거나 적의 침입을 알 수 있게 해 주는 철선(鐵線). 전방에 배치돼 있는 미군이 북한의 공격을 받을 경우 자동으로 미국이 전쟁에 개입하는 역할을 한다는 뜻에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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