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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미국에는 ‘솔로’가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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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25~49세 서울시민 10명 가운데 4명이 결혼하지 않은 사람, 즉 미혼자라고 한다. 30~40세만 따지면 절반이 넘는 50.4%가 미혼자다(2010년 기준). 40년 만에 무려 7배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사람을 흔히 ‘솔로’라고 부른다. ‘솔로 탈출하기’ ‘솔로 카페’ ‘솔로를 사랑하는 모임’ 등은 모두 미혼자와 관계된 것들이다. TV 코미디 프로그램에도 ‘솔로천국 커플지옥’이란 것이 있다. ‘모태솔로’라는 코너도 있다. ‘모태솔로’란 어머니 배 속에서 시작해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 번도 이성 교제를 하지 않은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그러나 미국에는 ‘솔로’가 없다. ‘솔로’는 한국에서만 사용하는 영어다. 원래 영어에서 ‘솔로(solo)’는 독창(獨唱)이나 독주(獨奏)를 의미하는 말이다. 단독 공연을 ‘솔로 퍼포먼스(a solo performance)’, 단독 앨범을 ‘솔로 앨범(a solo album)’, 트럼펫 독주를 ‘트럼펫 솔로(a trumpet solo)’라고 한다. 홀로 비행기를 조종하는 경우에도 ‘솔로 플라이트(a solo flight)’란 말이 쓰인다.

 ‘모태솔로’처럼 아직 애인이 없거나 사귀다 헤어진 사람, 또는 결혼을 하지 않았거나 결혼을 했다 이혼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라면 ‘솔로’가 아니라 ‘싱글(single)’이라고 해야 한다.

 ‘솔로천국’은 ‘싱글천국’, ‘모태솔로’는 ‘모태싱글’이 맞는 말이다. ‘돌아온 솔로’나 ‘돌솔’도 ‘돌아온 싱글’이나 ‘돌싱’이라고 해야 한다. 물론 이들이 억지 합성어로 정상적인 표현은 아니지만 어쨌든 미혼이나 독신을 뜻하는 말은 ‘솔로’가 아니라 ‘싱글’이 맞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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