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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루타 두 개 대호 “지금 홈런 치면 아깝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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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따악! 2루타 이대호가 21일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린 삼성과의 연습경기 4회 초에 2루타를 때려 내고 있다. [온나손 일본=연합뉴스]

“형님, 안녕하십니까.”

 삼성쪽 3루 더그아웃으로 걸어오며 반갑게 인사하는 이대호(30·오릭스)에게 이승엽(36·삼성)이 손짓을 한다. “여기 오면 어쩌냐. 감독 눈치 안 보나.” 이대호는 씩 웃으면서 “괜찮습니다” 했다. 2011년 오릭스에서 뛰었던 이승엽은 이대호의 통역 정창용씨에게 “대호는 이미 다 적응했네”라고 더 크게 웃었다. 21일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 구장에서 열린 오릭스와 삼성의 평가전에는 웃음이 넘쳤다.

 이대호는 오릭스 분위기에 녹아들었다. 그는 만난 지 3주밖에 되지 않은 새 동료들과 수시로 장난을 친다. 이대호는 “내가 좀 거칠게 하이파이브를 한다. 선수들이 아프다고 말하더라. 그래도 서로 웃는다”고 했다. 이승엽은 “오릭스는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다. 분위기가 밝아 대호가 활약하기에 좋은 조건이다. 실력이야 두말할 필요 없지 않나. 팀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니 좋은 성적을 낼 것 같다”고 말했다.

 거액(2년 최대 7억 엔)을 주고 ‘한국 최고타자’를 영입한 오릭스는 이대호를 극진히 대접하고 있다. 이대호는 “22일 고치로 넘어가는데 구단에서 비즈니스 클래스를 끊어 주더라. 외국인 선수와 팀내 고참 등 소수만 누릴 수 있는 혜택이다. 물론 코칭스태프도 비즈니스 클래스에 오른다. 일본은 야구를 잘하면 대우받고, 야구만 생각하게 하는 환경을 지닌 곳인 것 같다”고 전했다.

이승엽(왼쪽)과 이대호가 경기 전 더그아웃에서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온나손 일본=연합뉴스]

 외국인 선수가 살아남는 법, 결국 실력이다. 이대호는 평가전에서부터 정교함을 뽐내고 있다. 21일 삼성과의 경기에서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했다. 2회 삼성 선발 정인욱과 풀카운트 승부를 벌이다 3루수 옆을 뚫고 지나가는 2루타를 쳐냈다. 네 번째 평가전에서 나온 첫 장타였다. 4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더 확실했다. 이대호는 다시 정인욱과 맞서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쳐냈다. 두 번 다 후속 타자의 안타 때 홈을 밟았다. 이대호의 타격감을 확인한 오카다 아키노부 오릭스 감독은 이대호를 벤치로 불러들였다. 경기에 나서지 않은 이승엽은 흐뭇하게 후배의 타격을 지켜봤다.

3타수 3안타·3타점으로 삼성의 승리를 이끈 최형우.

 네 차례의 평가전에서 9타석 6타수 4안타·3볼넷·3득점. 준수한 성적이다. 앞선 세 경기에서 단타만 쳤던 그가 21일에는 2루타 두 개를 쳐냈다. 이제는 홈런을 기대해봐도 좋지 않을까. 그러나 이대호는 “당분간 홈런은 기대하지 말라. (시즌 개막 전이라) 지금은 안타도 아깝다. 홈런을 치면 더 아깝지 않겠나. 삼진당하면 창피할까 봐 그냥 쳤는데 안타가 된 것”이라고 농담했다.

 그는 “한동안 눈이 많이 쉬었다. 느린 공만 보다 보니 빠른 공 대처가 어렵다. 지금은 투수들의 공을 보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한 뒤 “(시즌이 개막하는) 3월 30일에 맞춰 훈련하고 있다. 지금은 ‘중간급 투수’만 상대하고 있다. 타율이 좋다고 만족하지도 않는다. 물론 나도 아직은 60~70% 정도다. 경기를 치르면서 점점 자신감이 생긴다. 부상만 조심하면 개막전에 최고의 컨디션으로 좋은 투수들과 상대할 수 있다”고 계획을 밝혔다.

 경기 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이대호의 타격감이 좋아 보였다. 적절하게 살을 잘 뺐다. 사이판에서 개인훈련을 했다고 하더니, 몸을 잘 만들어놓고 캠프에 합류한 것 같다. 몸쪽 변화구에 대처하는 능력이 돋보였다. 워낙 성실하고 긍정적인 성격이니 잘 해낼 것이다”고 이대호를 격려했다.

한편 삼성은 지난해 타격 3관왕 출신 최형우(29)의 3타수 3안타·3타점 활약에 힘입어 오릭스를 7-3으로 꺾었다.

오키나와=하남직 기자

오릭스, 삼성과 평가전 3-7 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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