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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작물 지놈사업 팔 걷었다

중앙일보

입력

그동안 농작물 유전자 기술 육성에 거의 손을 놓고 있던 정부가 팔을 걷어붙였다.

내년부터 매년 1백억원씩 10년간 투자해 유전자변형 농작물 개발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국내에 유전자 변형 농산물이 범람하고 있지만 정작 우리 기술진이 개발한 품종을 이용한 농산품은 하나도 없는 것이 현실. 유전자 변형 농산물에 대한 유해논쟁을 떠나 기술 후진국이란 불명예까지 안을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다.

◇ 10개 이상 신종 농작물 개발〓과기부는 최근 ''식량작물의 분자육종 기술개발 과제'' 를 내년도 21세기 프런티어사업 과제로 선정했다.

조금이라도 더 미루다가는 뜀박질하고 있는 선진 각국의 유전자변형 농산물 개발 경쟁을 더 이상 따라 갈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연구지원은 내년부터 2010년까지 3단계에 걸쳐 진행할 예정이다.

벼.보리.옥수수.감자.콩 등 주요 농작물의 유전자를 완전 해독한 뒤 유용한 유전자 5백여건, 경쟁력 있는 유전자 변형 작물 10종 이상을 확보한다는 것이 목표다.

우리나라 주식인 쌀 증산이 이번 과제의 주력 분야. 벼 지놈을 완전 해독하고 이를 이용해 신품종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품종에 비해 40% 이상 수확량이 늘어나면 식량자급은 물론 통일이 됐을 때도 쌀 부족 걱정은 덜 수 있다는 계산이다.

유전자변형을 할 경우 일반벼 품종의 수확량은 10㏊당 4백80㎏에서 6백㎏으로, 다수확 품종은 6백㎏에서 1천㎏로 늘어난다.

이밖에도 철분이나 비타민이 많이 든 쌀.토마토 등 기능성 농산물의 생산이 수월해진다.

생명공학연구소 복성해 소장은 "늦은 감이 있지만 세계 농작물 유전자 전쟁에 뛰어든 것은 다행" 이라며 "국토가 협소한 우리나라는 이 길 밖에 식량자급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이 없다" 고 말했다.

◇ 농작물 연구분야에 훈풍〓농작물 지놈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됨에 따라 그동안 중요성에 비해 홀대 받아왔던 농작물 육종 연구 분야에 활기가 돌고 있다.

연구비 지원이 많지 않았던 농과대학 등 농작물 연구팀들이 대거 이 연구에 참여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전통 육종 기술은 세계 수준이지만 이러한 유전자 분석을 통한 신품종 개발에는 지원이 부족, 소규모로 산발적인 연구를 해왔다.

농진청 산하 농업과학기술원이 수행한 지놈관련 연구과제인 신기능 생물소재 기술개발사업비에는 1995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겨우 19억원이 투자됐을 정도다.

◇ 우리나라 기술수준은 초보단계〓현재 세계적으로 생산하고 있는 유전자변형 농작물은 제초제에 강한 콩, 해충에 강한 옥수수 등 15개 작물 52품종에 이른다. 상업화 단계에 와 있는 것까지 합하면 5천여종을 헤아린다. 세계는 유전자변형 농산물 천지다.

우리나라는 제초제에 강한 벼.배추.수박, 백신 생산 토마토, 일찍 피는 국화 등 10여종의 농작물을 연구해오고 있지만 아직 품종 또는 상품화된 것은 한 건도 없다.

우리나라 기술 수준은 벼 지놈 분석의 겨우 미국의 30%에 불과하고 나머지 작물은 10%수준에 머물러 있다. 형질 전환기술은 약 50% 수준.

농업과학기술원 한장호 박사는 "국내에 흩어져 있는 연구력과 농작물 유전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국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열쇠" 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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