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에 4억원 … 줄기세포로 만든 햄버거 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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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올가을 한 개에 4억원 가까운 햄버거가 등장할 전망이다. 농장이 아닌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인조고기 햄버거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 연구진은 19일(현지시간)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연례회의에서 소의 줄기세포를 이용해 시험관에서 키워낸 길이 3㎝, 폭 1.5㎝, 두께 0.55㎜ 크기의 인조고기를 선보였다. 연구진은 실험적 요리로 유명한 영국 셰프 헤스턴 블루멘털에 부탁해 올 10월 이 요리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일간 인디펜던트는 실험 비용까지 감안하면 25만 유로(약 3억7000만원)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버거’라고 전했다.

 이들은 우선 소 줄기세포를 여러 개의 배양접시에서 키워 수천 겹의 아주 얇은 근육세포로 전환했다. 이어 진짜 소의 먹이와 동일한 식물성 단백질과 영양소를 공급해 인조고기를 만들었다. 진짜 고기와 같은 질감을 얻기 위해 근육섬유들을 여러 번 굽히고 당기는 등 운동 과정도 거쳤다. 연구진은 이렇게 만들어진 인조고기를 다진 뒤 시험관에서 키운 지방과 피를 섞을 계획이다. 고기의 선홍색 빛깔까지 완벽히 재현하기 위해서다. 이 작업이 성공하면 인조고기로 소시지 등 기타 육류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연구진이 강조하는 것은 경제적 효율성과 환경보호 효과다.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마크 포스트 교수는 “소·돼지가 풀과 곡류를 섭취해 고기로 만드는 단백질 전환 효율이 15%에 불과하다”며 “우리 실험실에서 이를 50%까지 끌어올린다면 엄청난 도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량생산까지는 10~20년이 더 걸릴 전망이다.

민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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