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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하라 부자 ‘수상한’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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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이시하라 신타로(左), 이시하라 노부테루(右)

총리직을 향한 아버지와 아들의 싸움인가, 아들을 총리로 만들려는 아버지의 노림수인가.

 차기 총선에 대비해 보수신당 창당 작업을 서두르고 있는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80) 도쿄도지사와 그의 장남 이시하라 노부테루(石原伸晃·55) 자민당 간사장의 이야기다. 한국엔 상습적 망언 인사로 유명하지만 일본에선 4선 지사로 인기가 높은 아버지 이시하라가 지난 1월 보수 신당 참여를 선언하면서 부자간의 전쟁이 시작됐다. ‘이시하라 신당’이 예정대로 3월에 출범할 경우 지지기반이 겹치는 자민당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고, 이는 총리를 꿈꾸는 아들의 정치적 도약에 암초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아들은 “남의 지갑에 손을 넣어 돈을 꺼내겠다는 것”이라고 아버지를 헐뜯고, 아버지는 “그 능력으로는 지금(간사장) 이상은 무리”라고 아들을 깎아내리고 있다.

 민주당 정권의 세 번째 총리인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의 지지율이 20%대로 곤두박질치면서 현재 일본 정치권은 언제 총선이 열릴지 모를 만큼 혼란스럽다. 9월 자민당 총재직에 도전할 예정인 ‘아들 이시하라’로선 자민당이 정권을 탈환할 경우 총리직을 넘볼 수 있지만, 아버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마이 웨이’를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시하라 부자의 전쟁’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는 시각이 커지고 있다.

 “이시하라 지사만큼 아들의 장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버지는 없다. 따라서 이시하라의 움직임을 현재의 정치 구도를 완전히 흔들어 아들을 총리로 만들려는 아버지의 노회한 계략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꼬리를 물고 있는 것이다. 이시하라 지사는 최근 하시모토 도루(橋下徹·43) 오사카 시장을 신당에 합류시키기 위해 도쿄·오사카·나고야의 ‘3대 도시 정치 연합’을 모색하고 있다.

 이를 두고서도 “자신이 일단 보수세력의 구심점 역할을 한 뒤 총선 후 정계개편 과정에서 국민에게 인기가 높은 하시모토 시장과 아들이 힘을 합치도록 만들어 ‘아들 이시하라 총리’를 탄생시키려는 전략”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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