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현금탈취범, 1분만에 1억4600만원 털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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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오후 1시20분 충북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의 한 빌딩 3층에 위치한 현금인출기 관리회사 H금융 사무실.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성이 출입문의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었다. 이 남성은 미리 알고 있던 것처럼 책상에 놓인 보안카드를 들고 금고 쪽으로 다가가서 카드를 대고 문을 열었다. 금고 안에는 은행 현금지급기에 넣을 1만원권, 5만원권 현금이 쌓여 있었다. 억대의 돈이었지만 남성은 대담했다. 그는 준비해 온 검정 가방에 돈을 넣은 뒤 유유히 건물을 빠져 나와 대기하고 있던 차량을 타고 달아났다.

 그가 사무실에 침입해 돈을 훔쳐나가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분.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출입문과 금고는 이중으로 잠금 장치가 설치돼 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가방에 담긴 돈은 1억4600만원. 토요일과 일요일 청주지역 은행의 현금지급기에 채워 놓을 돈이었다. 이 돈은 시중에서 사용하던 돈이라 일련번호가 매겨져 있지 않다. 그래서 범인 추적에 어려움을 겪게 될 전망이다. 경찰 조사 결과 이 남성이 출입문을 열 때 사용한 보안카드는 회사 측이 다른 직원에게 지급한 카드였지만 이 직원은 당시 카드를 소지하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경찰은 남성이 카드를 복제해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사무실에는 직원 1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애초 사무실에는 2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었지만 이 중 한 명이 인근 은행의 현금인출기 오류 신고를 받고 10분 전쯤 출동한 상태였다. 혼자 남아 있던 직원은 보안카드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5분가량 자리를 비운 것으로 확인됐다. 이때를 틈타 범인이 사무실에 침입한 것이다. 직원은 경찰에서 “근무 중 잠깐 자리를 비웠는데 비상벨 소리를 듣고 달려와보니 금고 문이 열려 있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은 직원의 진술에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당시 상황을 집중 추궁하고 있다. 직원이 매뉴얼대로 보안카드를 소지하지 않고 책상 위에 올려놓은 점과 범인이 금고 위치를 알고 있었던 점을 들어 내부공모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은 회사 관계자를 불러 수사를 벌이는 한편 사건 발생 주변의 폐쇄회로TV(CCTV)를 확인, 차량이 도주한 방향을 확인하고 있다. 또 사무실 앞 CCTV에 찍힌 용의자의 인상착의를 토대로 검은색 바지와 후드 점퍼를 입은 남성을 쫓고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청주 청남경찰서 노병조 수사과장은 “현금수송이나 관리를 맡은 업체의 사건은 내부자와 공모한 경우가 많다”며 “이번 사건도 범행이 대낮에 대담하게 이뤄진 데다 이중장치를 뚫고 침입한 것으로 미뤄 내부공모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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