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 예비 고3, 입시 대비 1년 학습계획 길잡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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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계 논술은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수리단독형, 수리·과학 통합형, 수리+과학논술 분리 출제형이다. 수리+과학 분리 출제형은 수리+과학 교과간 통합형, 수리+과학 과목별 선택형, 수리+과학 과목별 출제형으로 더 세분화된다.

수리논술, 단계별 논제구성 형식 많고 풀이형 논제 늘어

수리논술은 2008학년도 이전까진 수학·과학 주제를 다룬 긴 제시문을 활용한 수리·과학 통합형 문제가 주를 이뤘지만, 2009학년도 이후 제시문의 길이가 짧아지는 변화를 보였다. 이투스교육 김한균 수리논술팀장은 “지난해 각 대학 수리논술 문제를 보면 제시문의 길이가 과거에 비해 3분의 1수준까지 줄었다”며 “수학·과학 간 지나친 통합은 지양하고 수학 교과 개념에 얼마나 충실한가를 평가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이런 변화에 맞춰 논증형 문제보단 풀이형 논제가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논증형 논제는 제시문을 통해 주어지는 개념·원리의 함축적 의미를 수험생 스스로가 찾고 조건화시켜 문제풀이에 녹여내야 하는 문제를 말한다. 증명문제와 유사하다. 풀이형 논제는 문제풀이에 필요한 조건을 보다 직접적으로 제시해주는 형태가 많고, 식을 정확하게 전개시키면 자연스레 결론에 도달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큰 문항 밑에 소문항을 구성하는 단계별 논제구성이 대표적인 예다. 김한균 팀장은 “대개 이런 문제는 앞 선 소문항이 뒤에 이어지는 문제의 힌트가 되는 경우가 많다”며 “각각의 소문항에서 요구하는 교과 개념의 이해·적용을 평가하고자 하는 목적이 크다”고 평가했다.

고려대의 출제방침 변화가 이런 변화를 잘 보여준다. 고려대는 지난해 모의논술까지만 해도 논증형과 풀이형을 3:1의 비율로 수리논술을 출제했지만, 수시모집에서는 반대로 1:3의 비율로 문제를 구성했다. 종로학원 김세영 강사도 “수학·과학 과목간 통합보단 수학 교과 내 단원간 통합을 강조하는 추세”라며 “미·적분, 공간도형, 벡터와 같은 출제빈도가 높았던 단원뿐 아니라 행렬·수열·이차함수 단원까지 수학 Ⅰ·Ⅱ 교과 전체를 꼼꼼히 정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전히 수리·과학 통합형 논제를 고집하는 대학도 있다. 건국대·중앙대·인하대가 대표적이다. 김 팀장은 “건국대·중앙대는 과학적 현상을 수학적 모델로 표현하고 적용·해석·논증하는 논제들이 많다”고 말했다.

과학논술, 과학 Ⅱ과목 일부 개념 활용문제 많아 대비해야

과학논술은 논제의 기본 출제 방침은 2008학년도 이후 꾸준히 유지되고 있지만, 논제구성방식에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과학탐구 선택 과목 수가 3과목으로 줄면서 고려대·이화여대·서울시립대는 과학탐구 과목 중 1~2과목을 선택해 논술고사에 응시하도록 하고 있다. 탐구과목 선택에 따른 학생 간 유·불리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대학에 따라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 통합형 논제를 출제하거나 2~3과목을 대학에서 지정해 출제하는 대학도 있어 수험생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서울대·연세대·경희대·단국대가 통합형 출제방침을 유지하고 있고, 성균관대(물리·화학·생물)·동국대(화학·생물)는 2~3개 교과를 모두 출제하고 있다. 이 대학 논술전형을 준비 중인 학생들은 과학탐구 선택 과목을 고려해 유·불리를 따져봐야 한다.

이투스교육 김수중 과학논술 팀장은 “모든 대학들이 과학탐구 Ⅰ 과목에 충실하게 출제하겠다고 말하지만 실상 과학탐구 Ⅱ과목의 일부 개념들을 문제에 활용하는 사례가 많다”고 충고했다. 지난해 고려대 자연계열 A형 논제 3에서 활용된 등가속도 운동과 등속 원운동 개념이 그러하다. 현재 예비고 3학생들이 공부해야 하는 교과과정에서 등가속도 운동은 물리 Ⅰ에 해당하지만 등속 원운동은 물리 Ⅱ에서 다루는 개념이다. 고려대 논제 4번에 등장한 산화-환원 반응도 마찬가지로 화학 Ⅱ단원에 해당된다. 김세영 강사는 “대학교육협의회에서 발표한 논술가이드라인을 참고하거나 현재 예비고2 학생들부터 적용된 개정 과학교과서를 참고하면 좋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교과개념 정리 중요, 수능·논술 함께 준비하는 지혜 필요

논술강사들은 “제시문의 난도가 낮아지고 교과개념에 충실한 출제방침이 유지되고 있다”며 “교과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활용·적용·해석하는 능력이 중요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김수중 팀장은 “자연계 논술은 자기주장을 쓰는 것이 아니라 설명문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문계 논술과 달리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수험생이 이를 얼마나 논리적으로, 충분한 논거를 제시하며 설명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란 뜻이다. 논제에서 묻는 것을 파악하고, 제한 조건을 지키며, 교과 과정 안의 개념을 활용해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답안 작성 과정에서 그래프·표·그림을 적절히 활용하면 장황한 설명을 피하고 간단·명료하게 정리할 수 있다.

<정현진 기자 correctroa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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