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지역 주요 통화 가치 급락세

중앙일보

입력

아시아 지역 주요 통화들의 가치가 최근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필리핀의 페소화는 지난 4일 필리핀 경제위기론이 불거지면서 한때 달러당 46.61페소까지 떨어지며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금까지 페소화의 달러당 환율이 가장 낮았던 것은 1998년 1월 7일의 46.50페소였다.
필리핀 중앙은행은 페소 가치가 폭락하자 외환시장에 전격 개입, 달러화를 사들임으로써 페소화의 하락을 46.50페소 선에서 저지했다.

페소화 약세의 원인은 현재 재정적자가 6백98억달러로, 정부의 올 목표치인 6백25억달러를 이미 12%나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초 재정적자를 목표치 내에서 통제하지 못할 경우 자금지원을 중단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97년 7월 아시아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됐던 태국 바트화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바트화는 이날 필리핀 페소화가 달러화에 대한 고정환율제를 채택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달러당 42.68달러를 기록, 98년 6월 16일 이후 2년3개월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외환 전문가들은 "43바트 선에서 중앙은행이 개입하지 않을 경우 50바트 선까지 치다를 가능성이 크다" 고 분석하고 있다. 바트화는 98년 1월 달러당 56바트까지 가치가 떨어진 바 있다.

인도네시아의 루피아화도 이날 달러당 8, 815.00루피아를 기록하며 저지선으로 여겨지고 있는 9천선이 붕괴될 위험에 처했다.

스탠더드 차터드 뱅크의 외환전문가인 스티브 브라이스는 "이들 동남아 3개국의 통화가 시급히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질 가능성이 있다" 고 말했다.

한편 5일 엔화 가치는 달러화에 대해 전날보다 소폭 하락한 109.15엔을 기록, 지난 8월 15일 이후 7주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전문가들은 IMF가 이날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미국의 올 경제성장률을 5.2%, 일본 1.4%로 예상하자 투자자들이 달러 매수에 나선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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