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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010년 프로야구 선수 매수설 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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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전직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자 김성호(가명)씨가 인터뷰 후 대구시 서구의 한 PC방으로 자리를 옮겨 베팅사이트 운영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그는 휴대전화로 사이트에 접속하는 장면을 보여줬다. [대구=프리랜서 공정식]

15일 오후 대구시 북구의 한 커피숍. 불법 도박 사이트 사업자였던 김성호(35·가명)씨는 “2009~2010년에 승부·경기 조작을 위해 브로커들이 프로야구 선수 등을 매수한다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도박 사이트 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은 언젠가 일이 터질 것으로 예상했다”며 “축구 얘기가 많았지만 야구·배구·농구 등 4대 스포츠 전 종목에서 조작이 있을 것이란 소문이 돌았다”고 말했다.

 그는 2009~2010년 불법 도박 사이트가 전국적으로 1만5000여 개가 있었다고 했다. 300만~500만원이면 쉽게 사이트를 만들 수 있었고 “돈벼락을 맞았다”는 소문이 돌아 너도나도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김씨는 2003년 스포츠 토토(공식 스포츠 경기 베팅 게임)를 알게 된 뒤 합법과 불법 사이트를 오가며 도박을 즐겼고, 2010년에는 전 재산 5000여만원을 털어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 사업에 손을 댔다고 했다.

 그는 “이 과정에 복권방에서 베팅을 하는 사람에게서 한 차례에 10만~30만원씩 주고 ‘소스’도 3~4차례 샀다”고 말했다. 소스(Source)는 각종 프로 스포츠 경기의 승패 등 예측이 담긴 불법 정보를 말한다. 그는 “정확한 소스를 받아 한두 차례 돈을 딴 사람도 있지만 대다수가 더 큰돈을 베팅하면서 결국 빈털터리가 됐다”고 했다. 소스는 브로커가 선수를 매수한 뒤 지인들에게 건당 100만~500만원에 넘기면 다단계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넘어가면서 가격도 떨어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씨는 “처음 한두 번은 무료로 소스를 주다가 이후에 돈을 요구했다”며 “팀이나 선수 이름을 거론하며 믿을 만하다고 한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20대 전후의 컴퓨터와 인터넷에 능한 사람들이 4~5명의 투자자를 끌어 모아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연다고 했다. 단속망을 피하기 위해 필리핀 마닐라, 태국 방콕, 중국 칭다오 등지에서 직접 사이트를 관리하고 운영한다는 것이다.

 김씨는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 사업을 하다 전 재산을 날리고 경찰에 자수했다. 올 1월 도박 개장 등의 혐의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대구=위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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