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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들의 '혼인비행' 보실래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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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자연다큐팀이 개미들의 '혼인비행' 장면을 카메라에 잡는데 국내 처음으로 성공했다.개미들의 혼인비행이란 쉽게 말해 여왕개미와 수캐미들이 교미하는 것을 가리킨다. 1년에 단 한번 일어나는 개미세계의 최대 이벤트다.

EBS 다큐팀이 이 모습을 잡은 것은 지난달 하순. 경기도 남양주시 오남면 야산에서 지상 20m 공중에서 밀월을 즐기는 개미떼를 포착했다. 개미들의 혼인비행은 30분 정도의 짧은 시간에 이뤄져 카메라로 잡는데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원광대 김경진 (생명과학부) 교수는 "20여년 동안 개미를 연구했지만 개미들의 교미모습을 국내 화면으로 확인하기는 처음이다" 고 말했다.

이번에 제작진이 촬영한 개미는 희귀종으로 분류된 만주잘록개미. 여왕개미의 페로몬 (곤충들이 분비하는 유인물질)에 흥분돼 몰려든 수만 마리의 수캐미들이 엉겨붙어 여왕개미에 교미를 시도하는 모습, 그리고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한 수캐미가 여왕개미와 밀월하는 모습 등을 앵글에 담아냈다.

개미들의 혼인비행을 인간사에 비유하면 일종의 분가 (分家)에 해당한다. 수캐미와 교미한 여왕개미는 땅속에 알을 낳고 새로운 '제국' 을 건설한다.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일개미들은 수정능력이 없는 암컷들이다.

수컷들은 1년여를 기다리며 여왕개미를 만나려고 하지만 신혼비행에 있는 힘을 쏟은 결과 '거사' 후엔 모두 죽게 된다.

문동현 PD는 "한 마리의 암캐미가 교미를 끝내고 땅 속으로 들어가 새 왕국을 건설하기까진 보통 3~5년이 걸린다" 고 설명했다.

EBS는 개미들의 혼인비행을 내년 초 방영할 계획. 문PD는 "노예생활을 하는 개미, 함정을 파놓고 개미를 잡아먹는 개미의 천적, 두 마리 개미가 입을 맞추면서 영양분을 나눠주는 모습 등 개미의 진귀한 생태를 최대한 보여주겠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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