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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언론 “프레너미 왔다” … 시진핑 경계하며 환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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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의 미국 방문을 환영하는 중국 사람들이 13일(현지시간) 워싱턴 거리에서 성조기와 오성홍기를 흔들며 시진핑 부주석의 차량 행렬을 기다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이 14일 오전 11시15분(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대통령 집무실)로 들어섰다. 조 바이든 부통령과 함께였다. 9시30분 백악관에 도착해 부통령실인 루스벨트룸에서 바이든과 두 시간여 면담을 하고 난 뒤였다. 기다리고 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환한 얼굴로 시 부주석을 맞았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배석했다. 미국을 이끌고 있는 현재권력들과 앞으로 10년간 중국을 이끌 미래권력의 만남이었다.

 시 부주석은 하루 전인 13일 오후 3시 워싱턴 근교의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미 정부를 대표해 그를 맞은 건 윌리엄 번스 미 국무부 부장관이었다. 시 부주석은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중국 인민들이 미국 국민에게 보내는 정중한 인사를 품고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도착 첫날 시 부주석은 비공식 일정으로 헨리 키신저·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 헨리 폴슨 전 재무장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즈비그뉴 브레진스키와 샌디 버거, 브렌트 스코크로프트 등과 만찬을 함께했다. 키신저는 1971년 중국을 처음 비밀 방문해 이듬해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 등 미·중 국교 정상화의 길을 튼 원로 중국통이다. 시 부주석과 몇 차례 만난 인연이 있으며, 지난 1월에도 만났다. 오바마 대통령 취임 초 재무장관을 지낸 폴슨 전 골드먼삭스 CEO 역시 중국을 70여 차례 방문한 중국통으로 시진핑과 막역한 사이다. 도착 첫날의 비공식 일정을 미국 내 대표적인 ‘지중파(知中派)’ 인사들과 보낸 셈이다.

 시 부주석은 만찬에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윈-윈 관계를 (미국과) 맺고 싶다”며 “상호존중과 상호이익을 가져오는 동반자 관계에 의거해 실질적인 일을 하러 왔으며, 미국 민중과의 소통을 강화해 양국의 우의를 강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키신저는 “이번 방미는 양국에는 물론 세계의 발전에도 이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시 부주석의 4박5일 방문을 두 개의 눈으로 맞고 있다. 백악관 등은 공식적으로 “중국의 미래권력”이라는 표현을 쓰며 “미·중 관계의 10년을 좌우할 중요한 방문”이라고 환영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국가원수가 아닌 시 부주석에게 45분의 면담시간을 배정한 것도 이례적이다. 토니 블링컨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은 “시 부주석이 후진타오 주석의 뒤를 잇는 만큼 미래의 미·중 관계를 위한 투자”라고 말했다.

 반면 부상하는 중국에 대한 견제의 시선도 숨기지 않는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3 회계연도 예산안을 발표하며 중국 등의 불공정 무역행위를 감시하기 위한 기금으로 2600만 달러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LA 타임스는 시 부주석의 도착 소식을 전하며 “프레너미(frenemy)가 왔다”고 보도했다. 프레너미는 친구(friend)와 적(enemy)의 합성어로 ‘사랑과 미움을 오가며 유지되는 친구 관계’를 뜻하는 표현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10년 전 후진타오 당시 부주석의 방문을 떠올리며 “시 부주석의 방미는 중국 내 인민들에게 미국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어깨를 겨루는 강대국 지도자로 대접받는 모습을 과시하는 게 주 목적”이라고 지적했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부보좌관은 “시 부주석은 중국의 현재 의사결정권자가 아니라 미래 지도자”라며 “인권 문제와 위안화 문제 등도 논의되겠지만 구체적인 결과를 낳는 자리는 아니다”고 말했다. 투자하되 당장 결실을 요구하진 않는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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