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황영조가 본 한국마라톤 실패 원인

중앙일보

입력

"잘못된 작전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보입니다."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는 1일 이번 시드니올림픽에서 한국 마라톤이 '마라톤강국'의 체면을 구긴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한국대표팀은 시드니 마라톤코스를 급경사의 언덕이 27개나 이어지는 난코스로 보고 초반 완급을 조절하다 33㎞지점에서 승부를 거는 작전을 수립했으나 실제로는 언덕들이 완만한 경사를 가진 것으로 드러나 그동안의 훈련이 수포로 돌아갔다는 것.

황영조는 또 대표팀이 경기 당일 기온도 높을 것으로 예상, 초반 오버 페이스로 인한 탈진현상까지도 고려했지만 사흘전만 하더라도 34℃까지 올라갔던 낮기온이 이날은 20-22℃를 유지해 레이스에 가장 좋은 조건이었다고 코칭스태프의 오판을 꼬집었다.

결국 메달을 딸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이봉주가 2시간17분57초의 저조한 기록으로 24위로 들어오자 황영조는 "3개월 코스적응훈련이 수포로 돌아갔다. 역시 마라톤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며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이봉주 이후 인물이 없다던 한국 마라톤이 예상보다 일찍 강국의 위상을 잃어버리는 결과가 나타난 것에 대해 황영조는 "이번 대회에서 경험부족이 드러난 정남균과 백승도 등이 더욱 분발해야 하고 좀 더 철저한 분석과 과학적 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황영조는 "앞으로 한국 마라톤이 다시 강국으로 발돋움하려면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정부 및 각계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다시 '약체'로 전락한 한국마라톤의 미래를 걱정했다.(시드니=연합뉴스)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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