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드림팀 III 투수력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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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팀은 투수력으로 버텼다. 그만큼 투수의 비중이 컸다. 예선 7경기를 치르며 힘겹게 선발 투수를 운용한 것은 에이스 정민태의 부진 탓이었다. 이탈리아와의 1차전을 임선동-박석진-송진우로 계투 시킨 한국은 승부처인 2차전에서 선발 정민태가 2회를 버티지 못하고 강판당한 것이 치명적이었다.

정민태의 부진은 구대성이 책임져야 했고 구의 어깨에 한국의 성패가 좌우될 수 밖에 없었다. 구대성은 호주전 5이닝을 깔끔하게 막았고, 예선 일본전에서도 무너진 정민태를 구원해 7회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한국은 호주 쿠바 미국전에 3연패하며 궁지에 몰렸다. 이를 마운드 측면에서 보면 셋업맨의 실패로 볼 수 있다. 선발 투수의 뒤를 박석진이 주로 맡았고 마무리는 송진우 진필중 임창용이 했다.

문제는 이들이었다. 국제무대에서 통할만한 확실한 무기를 갖추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다. 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 먹은데로 공을 뿌릴 수 있는 제구력이다. 비록 심판의 들쭉날쭉한 스트라이크존이 적용 되 애를 먹긴 했지만 경기운용능력으로 커버하며 경기를 풀어야 했었다.

하지만 밋밋한 직구에 의존한 정민태와 진필중, 손민한, 임창용은 제 몫을 다하지 못했다. 반면 김수경 정대현 구대성의 활약은 이들과 구별된다. 확실한 제구력으로 코너를 찔러 스피드의 열세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쿠바전에 나선 김수경은 슬라이더와 직구를 적절하게 배합하며 최강의 타선을 잠재웠고 2차례의 미국 전에서 믿기 어려운 호성적을 낸 정대현은 직구 구속만 높일 경우 어떤 팀과도 대적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주었다.

시드니 올림픽은 한국 투수가 국제무대(국제대회는 모두 단기전)에서 통하기 위해 어떤 선수를 기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백한 해법을 내려준 대회였고 한국 야구는 이를 토대로 세계화에 진일보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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