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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펴낸『여성의 품격』300만 부 돌풍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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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나라 일본에서 여성 자기계발서 열풍이 분 건 2000년대 초반이다. 붐을 이끈 건 사카이 준코(酒井順子)가 2003년 내놓은'마케이누의 절규(負け犬の遠吠え,한국 제목 ‘결혼의 재발견’)'였다. 이 책은 30대 미혼 여성을 ‘마케이누(負け犬)’, 즉 ‘싸움에서 진 개’라고 표현해 격렬한 사회적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저자는 일본 사회에서 왜 마케이누가 증가하는가를 사회심리학적으로 분석하면서 당당한 마케이누로 살아가는 법을 설파했다. 이 책은 40만 부가 팔렸고 ‘마케이누’라는 말은 2004년 최고 유행어로 뽑히기도 했다.

‘마케이누’ 에서 시작된 여성 자기계발서 붐은 점차 세분화·전문화됐다. 2004년 8월 24일자 닛케이산업신문은 30대 여성을 위한 자기계발서 시장이 급성장하는 배경을 분석하면서 크게 세 가지 특징을 꼽았다. 첫째 책 가격은 1500엔(약 2만2000원)을 넘지 않는다, 둘째 여성들의 시선을 끌 수 있도록 비주얼에 신경을 쓴다, 셋째 ‘연애+돈’ 처럼 두 가지 테마를 하나로 묶는다였다. 실제로 2004년엔 경제학과 인생론을 결합한 알렉스 로비라 셀마의 '굿 럭(Good Luck)'이 70만 부 이상 , 사토 도미오(佐藤富雄)의 '사랑 받는 부자가 되는 마법의 말'이 20만 부 넘게 팔려 나갔다.

2006년엔 여성 자기계발서 분야의 메가 히트작이 탄생한다. 300만 부 돌파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운 반도 마리코(坂東眞理子)의 '여성의 품격'이다. 일본 출판계를 뒤흔든 ‘품격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많이 팔린 책이다. 인사 제대로 하는 법, 높임말 제대로 쓰는 법 등 품격 있는 여성이 갖추어야 할 66가지 태도를 소개한 생활백서다. 이 책의 성공에 힘입어 화술·매너·걸음걸이·목욕법에 이르기까지 매력적인 여성의 생활습관을 다룬 책들이 잇따라 히트했다. '해피 리셋 북'이나 '사랑받는 여자가 되는 100가지 비결'등이 대표적이다.

2000년대 후반 들어 여성 자기계발서 시장은 주춤하는 양상이다. 출판계에서도 “나올 만한 책은 다 나왔다”는 게 중론이다. 처세술· 연애법 등과 관련해 여전히 수많은 책이 쏟아져 나오긴 하지만 히트작은 드물다. 오히려 독특한 분야를 인생론과 결합시킨 자기계발서가 주목받는다. 지난 해 100만 부 넘게 팔린 곤도 마리에의 '인생이 두근거리는 정리의 마법'이 대표적이다. 이 책은 청소와 정리정돈법을 소개하면서 정리습관이 인생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탐구했다.

자기계발서 전문 출판사 PHP연구소의 사마 카네다는 잡지 ‘싱글여성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예전에는 행동을 이러저러하게 바꾸라는 조언을 담은 여성 자기계발서가 인기였다면, 점차 마음 다스리기와 정서적 안정 쪽으로 독자들의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터넷서점 아마존저팬의 자기계발 분야에서는 '자신다운 라이프밸런스를 찾아라''감정정리가 가능한 여자는 성공한다' 등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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