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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 투병 아들 둔 아빠의 눈물

미주중앙

입력

8일 오전 시카고어린이병원에서 만난 박성범 군의 아버지 박준용 씨가 아들의 투병 생활을 전하며 오열하고 있다.

“어제 저녁 처음으로 성범이가 힘들다는 말을 했습니다. ‘아빠, I don't like this.’ 내가 성범이에게 해 줄 말이 없었습니다. 그거 아세요? 자식이 아픈데 아버지로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 자식이 살 수 있다면 내 생명이라도 내놓고 싶습니다. 성범이가 잠든 뒤 조용히 병실을 나와 펑펑 울었습니다. 강해야 한다고 합니다. 강해야죠. 그런데 울고 싶어요. 근데 울 수가 없습니다. 내가 울면 성범이는요….”

8일 오전 백혈병과 2번째 싸우고 있는 한인 2세 박성범(미국명 앤드류·17) 군이 입원해 있는 시카고어린이병원에서 아버지 박준용 씨를 만났다. 머리를 ‘빡빡’ 깎은 박 씨는 “아들과 함께 하기 위해 머리를 잘랐다”며 “한인사회에서 관심을 가져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성범군의 상황에 대해 “첫번째보다 강도 높은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며 “항암치료를 하면 몸이 몹시 약해진다. 그리고 배가 몹시 아프다. 여기에 열까지 나면 더 힘들다. 그러면 성범이의 기분이 가라앉곤 한다. 본인도, 그 과정을 보는 가족도 무척 힘들지만 잘 견디고 있다”고 전했다.

박성범 군은 현재 극히 희귀한 백혈병과 투병하고 있다.

박준용 씨는 “급성골수성백혈병(acute myeloblastic leukemia·AML)과 거의 비슷한 백혈병이지만 정확히 AML은 아니다”라며 “현재 담당의사로부터 미국 내에 성범이와 비슷한 백혈병이 10여건 보고됐다고 들었다. 첫번째도 의사에게 ‘무슨 말을 하냐’고 되물었지만 두번째 의사로부터 골수 이식만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 모든 것이 끝나는 마음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오는 6월이면 성범이가 암에서 해방되는 줄 알았다. 지난 12월 휴가 후 갑작스런 고열이 났다. 암환자가 고열이 나면 무조건 응급실로 가야한다. 그렇게 2번째 암이 성범이에게 찾아왔다”며 “다시 긴 싸움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박 군에게 현재 2가지 희망적인 이야기가 들린다. 하나는 오는 16일 골수(조혈모세포) 이식수술 가능 여부에 대한 검사가 예정돼 있다. 지금까지 진행되어온 항암치료의 효과로 박 군의 몸에서 암세포가 모두 죽었다면 골수이식수술이 가능하다. 만약 암세포가 살아있다면 다시 길고 힘든 항암치료를 받아야 된다. 골수이식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받으면 조직적 합성항원(HLA)이 일치하는 골수기증자를 찾는 것이 급선무다.

박준용 씨는 “담당의사로부터 성범이와 항원이 거의 일치되는 골수기증자를 미국에서 2명, 일본에서 2명 찾았다고 한다. 현재 그들의 피를 요청한 상태로 정밀 검사를 통해 최종 이식 여부가 결정된다”며 “하지만 골수를 기증하겠다고 약속한 사람도 최종 단계에서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시카고에서 선천성면역결핍증을 앓고 있는 코너 림(7) 군의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박 씨는 “골수기증만이 유일한 희망인 수 천여명의 어린이들과 시민이 새 생명을 기다리고 있다. 이제는 한인들이 나서야 할 때”라며 “한인들의 골수 기증은 0.9%로 극히 낮다. 성범이만을 위해서가 아니다. 만약 당신의 자녀가 성범이처럼 아프다면 어떻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아빠, I don't like this”를 수 차례 되풀이하며 “성범이를 지켜주는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경제적으로 도와준 분들 그리고 골수 등록으로 어린이들에게 새 생명을 준 모든 한인들도 고맙다”고 감사의 말을 잊지 않았다.

한편, 박준용 씨 가족은 오는 11일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박 씨의 가족이 운영하는 에반스톤의 세탁소(Sopie's Cleaners·516 Dempster Ave.)에서 골수기증등록을 받는다. 박성범 군의 투병생활은 블로그(www.andrewsfightonestepatatime.blogspot.com)에 확인할 수 있다.

임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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