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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주 횡포에 영세상인 운다

중앙일보

입력

1995년 9월 서울 명동 코스모스백화점에 보증금 1억원을 주고 입주한 朴모(50.서울 성수동)씨는 식당을 개업한 지 2주 만에 건물 소유주가 부도를 내는 바람에 지금까지 한푼도 못받고 있다. 부도가 난 뒤 주변 상권이 침체돼 영업조차 포기했다.

부도 당시 이 백화점에 분양을 받은 피해자가 1천2백여명이며 피해액은 1천억원에 달한다.

咸모(40.경기도 하남시)씨는 97년 말부터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소재 3층 상가 건물의 2층에 보증금 6천2백만원, 월세 2백20만원을 주고 호프집을 경영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초 새로 바뀐 건물주가 최근 咸씨에게 갑자기 나가달라고 요구해 왔다. 당장 쫓겨나면 권리금 1억원, 시설비 1억원을 투자한 咸씨는 수억원을 손해보게 된다.

4백만명으로 추산되는 영세상인들이 힘겹게 상가를 차리고 상당한 시설투자를 하고서도 건물주들의 갑작스런 횡포로 보증금조차 못받고 길거리로 쫓겨나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주거용 건물의 경우엔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주택임차인들에 대한 기초적인 보호(경매 때 우선변제, 임대료 인상 5% 상한선 등)가 이뤄지고 있지만 비주거용 건물의 임차인들은 보호를 받은 법적.제도적 장치가 없다.

서울 회기동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李모(42.경기도 고양시 화정동)씨도 최근 건물주로부터 2층 건물에 세든 3명과 함께 소송을 당했다.

건물주가 의약분업 시행과 발맞춰 대형약국을 직접 열고자 점포를 비워달라고 요구했는데 거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건물주는 내부시설이 허름하다며 시설투자를 하라고 해 李씨는 시설비로 6천3백만원을 썼다. 결국 李씨는 권리금.시설투자비 등 3억원을 잃을 처지에 몰렸다.

올해 시민단체에 접수된 이같은 피해사례는 50여건. 주로 ▶임대료의 갑작스런 인상▶건물주의 계약 해지권 남용▶임대료 반환 거부▶비주거용 건물의 매매.경매시 임대료 보호문제 등이 쟁점이다.

이에 따라 참여연대.민주노동당 5개 시민.사회단체들은 26일 '상가임대차 보호 공동운동본부' 를 발족하고 '상가 임대차보호법' 의 제정을 위한 입법청원 등에 나섰다.

운동본부 김남근(金南槿)변호사는 "영세상인들은 언제 닥칠지 모르는 임대료 인상과 계약해지 요구에 불안을 느끼고 있다" 며 "특히 보증금의 3~5배가 되는 시설투자비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고 말했다.

운동본부는 '상가 임차인 피해상담센터' (02-761-1333, 02-723-5303)를 개설, 피해 사례를 접수받아 법적 지원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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