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예금 90년 이후 최고치

중앙일보

입력

내년부터 예금부분보장제 시행을 앞두고 은행.우체국 예금 등 보다 안전한 곳으로 시중자금이 대거 몰리고 있다.

반면 증시침체와 대우사태 여파로 투신.종금사는 물론 은행 신탁부문에서도 눈에 띄게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별.금융상품별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우량은행엔 돈이 너무 몰려 운용할 곳을 찾지 못하자 수신금리를 낮추고 예금을 사절하는 경우까지 나타나고 있다. 반면에 종금.투신권은 자금이탈로 기업자금 공급이란 제 구실을 포기한 지 오래다.

26일 한국은행이 집계한 금융기관별 수신동향에 따르면 올 6월말 현재 은행예금은 3백88조8천억원으로 전체 금융기관 수신의 44%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증권.보험사 등 제2금융권 시장이 본격 형성된 1990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가가 원리금 지급을 보장하는 우체국 예금과 우량 생명보험사로의 자금집중 현상도 두드러졌다.

우체국 예금은 97년말 1조원으로 전체 금융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1%에 불과했으나 올 6월말 현재 수신고가 4조8천억원으로 늘면서 전체 금융기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2%로 높아졌다.

반면 증시침체로 원금마저 까먹는 경우가 많아진 은행 신탁은 지난해 20조2천억원이 빠져나간 데 이어 올 상반기 중에만 12조5천억원이 더 이탈했다.

지난해 6월말 2백50조원에 달했던 투신권 수신도 1년새 94조5천억원으로 줄었다.

종금사의 올 상반기 수신고는 5조4천억원으로 신협(17조2천억원).금고(21조원) 등에도 크게 못미쳤다.

그러나 이같은 금융기관.상품별 자금집중은 경제의 윤활유인 돈의 흐름을 막아 금융불안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차 구조조정을 앞둔 은행들이 몰린 자금을 움켜쥐고 풀지 않는 데다 우체국은 대출기능이 없기 때문에 들어온 자금이 기업으로는 흘러들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연구원 권재중 박사는 "은행.우체국으로만 돈이 몰리면서 투신.종금 등의 기업자금 조성 기능이 크게 악화했다" 며 "비과세 펀드 활성화 등 투신권으로 자금이 흘러갈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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