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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도 안 나오는 데 당신은 … 영남권 다선·고령 의원들엔 압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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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새누리당(옛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지역구 불출마 선언은 지지부진하던 당내 물갈이에도 큰 영향을 줄 전망이다.

새누리당이 지금과 비슷한 위기에 빠졌던 2004년 총선 당시 공천 심사에 앞서 스스로 불출마 선언을 한 의원은 27명이었다. 당시 연초부터 양정규·김진재·유흥수 의원 등 중진들이 줄줄이 지역구를 반납하면서 물갈이 작업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7일까지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이 8명에 불과한 데다 그나마 초선이 3명이다. 이 때문에 권영세 사무총장은 “2004년 위기상황 때는 많은 분이 용퇴했는데 이번에는 너무 없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민주통합당에선 중진들이 서울로 지역구를 옮기면서 물갈이에 숨통을 터주고 있다. 또 경기 군포의 김부겸 의원은 새누리당의 강세지역인 대구 수성갑에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반면 새누리당에선 영남권 등 우세한 지역구에 자리를 잡고 있는 ‘텃밭 의원’들 가운데 ‘험지(險地)’에 도전하겠다는 의원이 한 명도 없다. 오히려 비례대표 의원들마저 상당수가 당 강세지역인 서울 강남이나 영남권으로 몰려 교통 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새누리당의 분위기가 8년 전과 판이하게 달라진 데 대해 당 관계자는 “2004년과 달리 지금은 여당이어서 의원들의 기득권이 커졌기 때문에 가진 것을 내려놓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명박계·박근혜계의 갈등구조가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박근혜계 중진은 “이명박 정부에서도 우리는 줄곧 야당 신세나 마찬가지였는데 지금 또 희생을 요구하니 억울한 심정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위원장의 지역구 불출마는 영남권 다선·고령 의원들에게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한 당직자는 “당장 지역구에서 ‘박근혜도 그만두는데 당신은 뭐하느냐’는 말이 나올 텐데 버티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4선의 홍준표 전 대표는 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10일 마감되는 총선 후보자 공모 기간에 공천 신청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한 측근은 “홍 전 대표가 자신의 지역구(서울 동대문을)에 공천 신청을 하지 않는 게 ‘총선 불출마’를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며 “당이 자체적으로 판단해 전략적으로 배치할 곳이 있다면 총선 승리를 위해 어디든 마다하지 않고 나가겠다는 게 홍 전 대표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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