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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 50일 지난 우유 먹어봤더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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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오늘은 2월 8일. 냉장고 냉동실을 뒤지다 뜯지 않은 냉동만두를 발견했다. 한참 전에 사서 넣어놓았던 것인데 깜빡했다. 유통기한을 보니 2월 5일까지로 적혀 있다. 사흘이 지났는데 괜찮을까. 꽁꽁 얼려놨던 것인데.

 답은 ‘괜찮다’다. 유통기한 25일 뒤인 3월 1일 전에만 먹으면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게 한국소비자원의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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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소비자원은 7일 냉동만두·치즈·우유 같은 식품 10종류에 대해 유통기한을 넘겼을 때 언제까지 먹어도 괜찮은지를 실험한 결과를 발표했다. 먹어도 되는 기간은 소비자들이 보통 생각하는 것보다 길었다. 우유는 유통기한을 지나 50일까지 괜찮았다. 액상 커피는 30일, 슬라이스 치즈는 70일이었다. 여기엔 물론 포장을 뜯지 않았어야 하고, 제품에 적힌 보관 요령을 지켰을 때라는 단서가 붙는다. 생크림·버터크림 케이크, 크림빵과 같은 빵 종류는 먹을 수 있는 기간이 2~3일로 비교적 짧았다.

 소비자원은 ‘먹을 수 있는 기간’의 조건을 두 개로 잡았다. 하나는 곰팡이나 대장균이 검출되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눈에 보이지 않고 인체에 해가 없을 정도로 미량이지만, 곰팡이가 검출되기만 하면 먹기에 부적절하다고 분류했다. 또 하나는 수분 함량이다. 원래의 50% 이하로 떨어지면 먹기 힘들다고 봤다.

 2009년부터 이 조사를 진행한 소비자원 식품미생물팀의 송규혜 팀장은 “현행 식품 유통기한 표시제도는 음식물 쓰레기를 필요 이상으로 만들어내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들은 대부분 유통기한을 ‘먹어도 되는 마지막 날짜’로 여긴다. 이런 인식 때문에 먹을 수 있는 멀쩡한 음식이 버려진다는 설명이다. 실제 식품공업협회에 따르면 한 해 제조·판매되는 식품 중 1.8%가 유통기한이 지났다는 이유로 반품돼 버려지는 실정이다. 한 해 식품 출하액이 약 34조원이라는 점에 비춰볼 때 6100억원어치가 유통기한을 넘겼다는 이유로 폐기 처분되는 것이다.

 이 문제는 유통기한을 둘로 구분해 쓰면 해결된다. ‘품질이 유지되는(best before) 기한’과 ‘먹어도(use by) 되는 기한’으로 구분해 표기하는 방법이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심성보 연구원은 “미국·유럽에서는 이미 시행하고 있는 방법”이라며 “이렇게 하면 소비자들이 먹어도 괜찮은 식품을 버리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소비자원은 이처럼 식품의 유통·소비 기한 관련 표기를 다양화하는 방안을 식품의약품안전청에 건의했다. 심 연구원은 “제도 개선을 위해 학계와 산업체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가며 식약청과 지속적으로 협의할 예정”이라 고 밝혔다.

유통기한 식품위생법은 유통기한을 ‘소비자에게 판매가 허용되는 기한’으로 고시하고 있다. 법에 따르면 유통기한은 식품의 제조·가공업자가 제품의 원료, 제조방법, 유통방법 등을 모두 고려해 실험을 진행한 후 설정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청장에게 보고해야 한다. 보통 식품 회사들은 이 같은 실험으로 얻은 유통기한에 안전계수(0.7)를 적용해 70%로 실제보다 짧게 설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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