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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내 이문화 관리 세미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 기업도 세계 여러 기업과 협력 관계를 맺고 해외 진출을 꾀하는 등 '글로벌 기업' 으로 변신에 여느 때보다 적극적이다.

외국 기업의 국내 진출 역시 활발해 한국 경제의 개방형 시스템으로의 전환도 빨라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질적인 문화와 국적.인종으로 구성된 기업 내 조직원간 갈등을 봉합하고 다양성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거두는 문제가 국내외 기업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본사가 후원한 '기업내 이(異)문화 관리' 세미나와 해외로 진출한 국내 기업의 성공적인 정착 사례를 통해 기업내 다국적 문화의 효율적인 융화 방안을 모색한다.

"독일 기업은 가족 소유 형태가 많아 의사결정에 종업원의 참여도가 높고 노사평의회 등 경영 전반에 노조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강합니다." (피터 마이어 프라이드리 에베르트 재단한국사무소장)

"프랑스 기업에서는 명문대학 출신 경영자가 회사를 이끄는 엘리트 주의와 기업 경영자의 리더십이 특히 강조됩니다." (세드릭 뢰슬리 알사스개발청 국제부장)

"영국 기업의 임직원들은 객관적인 규칙을 중시하지만 직설적인 비판이나 칭찬을 꺼리는 경향이 있어 외국 비즈니스 파트너의 오해를 사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존 몰 이문화 관리 컨설턴트)

지난 21.22일 '국제 기업문화와 이문화 관리의 이론과 실제' 라는 주제로 한국외국어대 용인캠퍼스 외국학종합연구센터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는 세계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는 기업들이 직면하는 문화적 충돌 문제의 해법을 모색했다.

이문화 연구 전문가와 학계.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해 나라별로 기업문화의 특성을 살펴보고 다국적 조직 안에서의 문화적 충돌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번 세미나는 한국외대.프랑스고등상업전문대학(HEC)산하 유라시아 연구소가 공동 주최하고 중앙일보.경기도.프랑스 알사스주가 후원했다.

노명환 한국외대 교수(사학)는 주제발표를 통해 "기업문화는 나라마다 고유한 문화의 연장선" 이라고 정의한 뒤 "기업이 그 사회에서 성장하려면 자신의 문화가 다른 문화와 접촉해 발생하는 결과에 대해 적응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일본.중국 등 아시아권 기업들은 물론 프랑스.영국.독일.벨기에 등 유럽연합(EU)의 같은 생활권에서도 기업.비즈니스 문화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아시아의 경제대국 중국의 경우 '관시(guanxi)' 라고 부르는 현지인으로 구성된 배타적인 인적 네트워크 때문에 외국 기업의 시장 공략이 쉽지 않다고 오승렬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이 주장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인 경영자들도 기업간 경쟁이나 소비자.시장 확보를 갈수록 중요하게 여기는 개방형 체제로 바뀌고 있다고 吳위원은 덧붙였다.

쿠도 아키라 도쿄대 교수(사회과학연구소)는 일본 기업의 서유럽 진출 전략을 소개했다.

아키라 교수는 캐논(카메라).YKK(기계).가오(화학제품)등 유럽에 진출한 일본 제조업체들이 현지 기업인.소비자들이 ▶환경과 안전을 매우 중요하게 보며▶임직원을 교육하기 쉽지 않고▶가격보다는 품질에 더 민감한 점 등 여러가지 특성을 발견해 현지 경영에 활용함으로써 성공적으로 정착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문화에 대한 자가 진단도 나왔다.

"한국의 기업문화는 유교적 가치관과 대가족주의적 행동양식을 중시하는 가풍(家風)적인 성격이 강하다. 이는 겉치레와 외형주의에 집착하는 부작용을 가져왔다. 한국형 기업문화를 보완하려면 서구 기업의 능률을 중시하는 경영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무조건적인 능률.능력 중시 경영은 거부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동국대 이승영 교수)

"국내 기업의 문화는 구성원간의 조화를 강조하는 집합주의와 경쟁을 강조하는 동적인 요소가 결합된 '동적 집합주의' 다. 비공식적인 연고주의와 순혈(純血)주의도 어느 나라보다 강하다." (아주대 조영호 교수)

한국 기업의 문화적인 편견과 이해 부족으로 해외 진출에 실패한 사례도 지적됐다.

한국무역대리점협회 전철평 연수원장은 "1990년대 중반 대우가 프랑스의 대표적인 전자메이커인 톰슨사를 인수하려다 프랑스 국민의 반발에 부닥쳐 실패했다" 며 "기업간 인수.합병(M&A)이 활발한 서구의 개방적인 기업 풍토에서도 국민정서가 큰 영향력을 갖는다는 점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 라고 밝혔다.

삼성인력개발원 신영민 과장은 동남아 지역의 한 현지 판매법인에서 사업부장 보좌역으로 일하다가 적응에 실패한 모기업 C과장의 예를 들었다.

"C씨는 걸핏하면 현지인 근로자의 업무 스타일에 문제가 많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런데 막상 현지인들의 의견을 들어본 결과 C씨가 '빨리빨리' 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고, 현지인을 무시하는데다 업무 성과는 모두 자신의 것으로 돌리는 등 지극히 '한국적인 스타일' 로 왕따를 당하고 있었다."

신과장은 "관리자가 어느 정도 현지 문화를 이해하고 수용하느냐에 따라 현지 경영의 성공여부가 판가름난다" 고 강조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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