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증시 레이더] '기다림의 전략'이 필요한 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금 증시는 황량한 벌판과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 증시를 대표하는 삼성전자의 주가가 불과 2개월 만에 반토막이 났다.

코스닥시장에는 연중 고가 대비 10분의1도 안되는 주식들이 널렸다. 호재에는 꿈쩍 않고 악재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는 장세가 계속되고 있다. 모두가 확신없이 그저 외국인의 매매 동향에 따라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지난 한주 동안 거래소시장은 12%, 코스닥시장은 23%나 폭락했다. 대우자동차 매각 무산, 국제유가 급등, 반도체 가격 하락과 경기논쟁 등 3대 악재가 시장을 짓눌렀다.

한 분석가는 "기술적 분석이 불가능할 만큼 시장이 망가져 바닥권을 점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졌다" 고 탄식했다.

이번 주도 상황이 별로 나아질 것 같지 않다. 3대 악재가 해소되리라는 신호는 별로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면전환의 계기를 찾기가 쉽지 않다.

지난 주말 미국 증시에선 반도체주 급락세가 이어졌다. 미국 증권사들은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투자등급을 낮췄다.

반도체 현물가격도 계속 하락했다. 외국인의 매매 향방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 계속 꼬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비축유 방출 결정에 따라 국제 유가가 반락한 점은 다행이지만 안정 추세를 확인하기까지는 좀 더 기다려야 할 듯하다.

대우차 역시 정부와 채권단이 다음달 20일까지 인수자를 결정한다고 했지만 GM 등 인수 유력 업체들이 자꾸 토를 달고 있어 매각협상이 순탄하게 진행되리라고 보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다만 정부가 지난 주 발표한 40조원의 추가 공적자금 조성계획과 뮤추얼펀드 활성화를 통한 증시 수요기반 확충대책은 중장기적으로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 주는 일단 금융구조조정과 대우차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새로운 재료가 튀어나올 가능성이 있다. 구조조정 가속화를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국회의 정상화 여부도 관건이다.

궁극적으로는 외국인이 한국 경제를 어떻게 평가하고 움직이느냐가 여전히 단기 장세를 좌우할 것이다.

따라서 주가 저점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될 때까지 기다리고 지켜보는 자세가 바람직해 보인다.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 고 해서 섣불리 반전을 기대하기에는 증시 주변요인의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