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2단계 구조조정 앞두고 '초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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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다음달부터 대대적인 신용점검을 통해 존속기업과 퇴출기업을 다시 판정하는 2단계 기업구조조정에 들어가기로 함에 따라 재계에 초비상이 걸렸다.

이근영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이 "기업들이 긴장해야 할 것"이라고 공언까지 했듯이 대우사태 이후 현대문제가 겹치는 바람에 무뎌졌던 구조조정의 칼날이 다시 예리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구조조정의 결과가 시원치 않아 퇴출대상 기업으로 판정될 가능성이 있는 한계기업들의 경우 기업의 생사가 엇갈리는 `살생부'에 오를 것을 우려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A기업 관계자는 "구조조정을 나름대로 추진해 왔지만 현대문제 등으로 인한 지속적인 금융시장 불안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2차 구조조정에서 퇴출대상 기업에 들지 않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어떻게 결론이 날지 걱정"이라고 밝혔다.

반면 우량 대기업의 경우 이번 구조조정으로 부실 기업이 확실하고 투명하게 정리되면서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고 자신들과 부실기업간의 차이가 명확해져 회사가치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B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대우와 현대문제로 정신이 없던 와중에 정부나 금융권이 부실기업 문제를 사실상 덮어둔 측면이 있다"며 "철저한 구조조정을 통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김석중 상무는 "정부가 부실기업 문제를 신속하게 처리키로 함에 따라 시장에서 불확실성이 제거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예상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위기론이 확산되는 등 시장이 매우 취약한 상황에서 자칫하면 2단계 구조조정이 멀쩡한 기업에게도 악영향을 줄까봐 걱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경련은 정부와 기업구조조정 자율점검에 합의한데 따라 부채비율 축소,자산매각, 외자유치 실적 등 8개 항목을 중심으로 30대 그룹중 결합재무제표 작성대상 16대 그룹에 대한 구조조정 실적 자율점검을 이달말까지 완료할 계획이다.(서울=연합뉴스) 김현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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