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 성탄절에 연 온 가족 워크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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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성탄절에 나는 사랑하는 딸들과 함께 보낼 수 있는 큰 선물을 받았다. 나의 딸들이 프랑스로 공부를 하러 간 후 8년 만에 함께 보냈다. 이런 뜻 깊은 성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를 궁리하다가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워크숍을 하는 것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가족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큰 딸이 “엄마 과연 8년 만에 함께 성탄절을 맞은 고객이 성탄절 저녁에 파티가 아닌 워크숍을 한다면 다시 찾아올까요?”라고 웃으면서 “정말 뜻 깊을 것 같아요”라고 대답했고 둘째 딸과 남편도 모두 좋은 생각이라며 찬성했다.

성탄절 저녁 가족이 모두 모여 워크숍을 시작했다. 작은 딸이 제일 먼저 자신이 준비한 논문 주제에 대해 설명한 후 풀리지 않는 문제에 대해 도움을 요청했다.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으며 점점 밤은 깊어갔다. 결국 이날 작은 딸의 주제만 심도 있게 나눴고 고민했던 답을 찾은 작은 딸은 매우 만족해하며 워크숍을 마쳤다.

 다음날 남편이 출판준비를 하고 있는 책에 대한 내용을 설명 듣고 평가하기 시작했다. “아빠가 젊은 사람들의 심리를 잘 모르고 있다. 소통이 안 될 수도 있다”는 딸들의 이런 저런 혹평에 옆에 있는 나는 ‘혹여 남편의 마음이 상하면 어떻게 하나’하며 조바심이 났다. 남편은 나의 마음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싱긋 웃으며 “아빠는 너희들이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성장했다는 것이 정말 대견스럽다”라고 매우 만족해했다. 나는 자녀들의 혹평조차도 성장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남편의 큰 마음에 고마움을 느꼈다. 또 한편으로는 마음이 상할까 조마조마했던 나의 작은 마음이 부끄러웠다. 남편의 책 내용에 대해 딸들이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의견과 더불어 아빠를 도울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뿌듯해졌다.

저녁에는 큰 딸이 자신의 논문 주제에 대해 발표하면서 분석이 적합한 것인지, 기법의 적용은 어떤지에 대해 의견을 구했다.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질문한 후 “정말 좋다, 잘했다”며 칭찬과 격려를 했다. 그런데 큰딸은 오히려 “왜 나에게는 비평을 하지 않으시냐”며 섭섭한 마음을 내비쳤다. “너무나 완벽하게 잘 짜인 계획이라 그대로 쓰기만 하면 될 것 같아서”라는 대답을 들으면서도 좀 더 의견을 듣고 싶어 찜찜해 하는 모습이 얼마나 대견스러운지….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나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 하고 딸들의 지지와 남편의 격려를 얻으면서 1박 2일의 워크숍을 모두 마쳤다.

그 후 딸들은 성탄절 워크숍에 대해 이야기를 했더니 친구들이 놀라워하며 부러워했다고 매우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자신들의 목표와 꿈에 대해 서로 의논하고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족 문화를 계속해서 잘 간직하자고 했다. 가족 구성원 개개인의 목표와 꿈도 중요하지만 그 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소중함을 알고 새 희망을 찾아가는 것이 진정한 가족애가 아닐까. 우리나라 모든 가족이 건강한 모습으로 아름다운 결실을 맺는 한 해가 되길 기도한다.

이종순 호서대 대학원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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