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6조 매수 … 주식보다 환차익 노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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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외국인 돈이 국내 증시로 몰려들고 있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월간 기준으로 최대 규모인 6조200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직전 최대 규모인 2010년 4월 5조5000억원보다 7000억원이 많다.

2일에도 외국인은 1조원 가까이 순매수하며 코스피지수를 전날보다 25.06포인트 끌어 올렸다.

 지난해 12월 1134억원에 불과했던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한 달 새 55배가량이나 늘어난 이유는 뭘까. 우선 시중에 풀린 외국인 돈이 많아져서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해 12월 5000억 유로에 가까운 돈을 1%의 저금리에 3년 만기로 은행에 빌려줌으로써 글로벌 금융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해졌다. 이은택 동부증권 연구원은 “유럽 주요국의 신용등급 강등 충격이 미미하고 미국의 경기지표가 개선되는 등 불확실성이 줄면서 투자자가 안전자산에서 위험자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왜 유독 한국 주식일까. 황성윤 금융감독원 증권시장팀장은 “새해 들어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는 과정에서 펀더멘털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한국에 투자를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한국 ‘주식’이 아니라 한국 ‘돈’을 사는 것으로 분석한다. 코스피지수는 2일 1980선을 돌파해 지난해 8월 유럽 재정위기가 본격화하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그러나 원화값(달러당 1118.4원)은 당시(1060원)에 못 미친다. 앞으로 원화값이 강세를 보이면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올 들어 원화값은 3% 올랐다. 외국인이 연초 주식을 샀다면 주가가 하나도 안 올라도 환차익으로만 3%의 수익을 낸 셈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식은 지난해 8월 수준을 회복했지만 환율은 여전히 1120원 수준이라 외국인 입장에는 싸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외국인은 주식보다는 원화 자산 관점에서 주식을 매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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