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돌 맞은 이베이의 자기파멸적 징후

중앙일보

입력

지난 9월 5일, 이베이(eBay)는 온라인 경매 열풍을 만든 선구자로서 보낸 5년의 역사를 자축하는 자리를 가졌다.

세계 사람들은 주도적인 경매 장소를 발견했고 이곳을 이 사이트 창시자인 피에르 오미디어를 위한 인터넷 금광으로 만들었다.

이제 5년간의 사업운영 경험을 갖게 된 이베이가 과연 성장을 지속할지 하락의 길로 접어들 지 가늠해봐야 겠다. 고생거리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베이는 장기 사용자들이 비난과 한탄 그리고 앞날에 대해 예고해온 대로 대기업의 자기파멸적 징후를 보여왔다.

옥션웹(AuctionWeb)으로 알려졌던 초창기, 이베이는 인터넷을 채팅 공간으로부터 거래 공간으로 바꿀 수 있는 가능성에 도전했다. 당시 누구나 팔 수 있을만한 소품거리 한 두가지는 갖고 있는 것으로 보였고, 요즘은 더욱 많은 사람들이 이상한 골동품이나 유품을 찾고 있는 것 같다.

이 사이트는 원래 페즈(Pez)라는 사탕 자동판매기 수집가들을 연결하기 위해 출범한 것이지만 입소문으로 형성된 소비자층이 급속히 증가하는 바람에 현재 세계 최대의 온라인 경매 사이트로 성장했다. 물론 거기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몇 년만에 이베이는 지나치게 규모가 커져 오미디어는 충실한 기업을 손에 쥐고 있다는 자각을 하게 됐고, 통치권을 맡을 이 기업의 CEO를 물색했다. 그는 그저 인터넷 전문가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근래 디즈니와 하스브로(Hasbro)에서 일했던 기업 전문가 메그 휘트먼을 영입했다. 메그는 권력을 능수능란하게 사용하며 이 사이트를 새로운 고지로 끌어 올리는 한편, 아마존닷컴의 제프 베조스 세력과 전투를 벌였다.

휘트먼은 분명 상황을 변화시켰다. 하지만 과연 그녀는 이베이 사이트의 구세주였을까 아니면 예기치 않던 요부에 불과했던 것일까? 성장이 최우선 과제가 되고 사기는 피해야 할 대상이 되고, 주주들은 보살펴야 할 가장 중요한 대상이 됐다. 하지만 판매자들에 대해서는 어떠했던가? 판매자들은 이베이를 자신의 근거지라고 주장하면서, 입찰자들을 유인하는 물건들과 이베이의 근간을 이뤘던 판매수수료를 창출한 수백만 개의 기막힌 물건들을 내놓았던 헌신적인 사람들이다.

그들은 모두 좋은 사람들이긴 하지만, 휘트먼과 그 동료들은 이 기발한 사이트를 위엄이 넘치는 사이트로 발전시킬만한 것은 제휴 관계와 기업인수라고 판단했다. 판매자들에 대한 구애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졌는가?

이베이가 성장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사용자 기반으로 성장한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그 기반에서 멀어짐으로써 성장했다. 이베이 모터즈(eBay Motors)처럼 논란이 됐던 분사들, 1달러밖에 하지 않는 최저가격 파괴 같은 예상치못한 수수료 인상, 판매자의 경매 페이지에 삽입한 경쟁적인 배너 광고들, 감시 스타일의 베로(VeRo) 프로그램을 통한 기이한 저작권 보호 방식 등은 이베이가 자사의 헌신적인 하수인들을 보호하기보다는 오히려 적대시하는 것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이베이는 이제 지방의 몬도몰(mondo-mall)과 같이 화려한 겉치장에 신경쓰고 있다. 쇼핑객들의 본래 목적인, 원하는 물건 구매를 못하도록 방해하는 온갖 화려한 불빛, 백그라운드 뮤직, 그밖에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것들 등등.

이베이의 성장, 번영, 브랜드에 대한 집착은 소규모 사업을 시작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갈망하는 기업인들에게는 기회의 땅과 같았던 모델을 파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들의 만족스럽고 수익성 있는 조그만 쇼핑몰은 불청객 같은 기업합병으로 밀려나고 있으며, 주가를 올리기 위한 사업 계획서는 한 때는 신속하고 혁신적이었던 새로운 매매기법의 매력을 축소시키고 있다.

이제 설립 5년이 된 이베이는 머리만 커진 어린아이와 똑같아져서, 매번 걸음을 옮길 때마다 불안하게 휘청거리고 있다. 물론 그러면서도 자기 혼자 걸을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말이다.

이런 어린아이가 어떻게 성숙해질까? 필자 생각엔 해답은 불분명하다. 이베이가 충고를 경청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베이가 커뮤니티의 충고를 귀담아듣기 전에는 테러블 투(Terrible Twos)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베이가 청소년 반항기로 빠져들고 있다면 하늘이 우리 모두를 도와주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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