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사드·CIA 극비 접촉 … 이란 공격 담판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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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DNI·CIA … 미 정보·수사기관 수장들 한자리에 미국 정보·수사기관의 3인방인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가운데),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오른쪽), 로버트 뮬러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상원 정보위원회에 출석했다. 이들은 이란의 핵 개발 및 호르무즈해협 봉쇄 위협 등에 대해 증언했다. 클래퍼 국장은 “이란이 실제로 핵무기 개발을 결정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AFP=연합뉴스]

‘이란의 핵무기 보유는 절대 용인할 수 없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절대 명제다. 중동에서의 첨예한 국익이 걸린 미국도 그렇지만 더욱 절박한 쪽은 이스라엘이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지도에서 없애버리겠다”고 큰소리쳐 왔다. 그런 이란이 실제로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면 이스라엘은 국가 존립마저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중동의 맹주를 노리는 이란으로서는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핵을 보유하고 싶어한다.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마주 보고 달리는 열차가 언제 멈춰설지 현재로선 예측하기가 쉽지 않지만 치킨게임의 ‘진실의 순간’은 시시각각 다가오는 분위기다.

 ◆이스라엘 달래는 미국=이스라엘 대외 정보부 모사드의 타미르 파르도 국장이 최근 이란의 핵개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극비리에 미국을 방문했다. 파르도 국장은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다이앤 파인스타인 미 상원 정보위원회 위원장 등을 만났다. 미-이스라엘 간에 이란 핵개발 상황 평가와 대응을 둘러싼 논의가 깊숙이 진행됐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이란산 석유 수입 금지, 이란 중앙은행과의 금융거래 중단 등 한층 강화된 경제제재로 이란의 핵프로그램은 일단 제동이 걸린 것으로 보인다. 정부 수입의 70%를 석유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이란 정권도 돈줄이 차단되면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강경 제재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미국 등 서방국가들도 부담이 크기는 마찬가지다.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 위협으로 유가가 폭등하면 가뜩이나 어려운 글로벌 경제가 바닥으로 추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스라엘은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란이 핵폭탄 개발에 착수하는 날이면 이스라엘이 언제라도 독자적으로 공격을 개시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미국은 일단 경제제재 등 비군사적인 옵션을 최대한 활용해 이란의 핵개발을 지연시키면서 정면충돌을 피하려 하고 있다. 현재로선 이란 핵무기 개발이 결정적인 단계에 들어섰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다. 재선에 도전하는 오바마로서는 유가 급등에 따른 후폭풍이 가장 부담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강경 제재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전쟁불사를 외치는 이스라엘의 압박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시점에서 미국이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으면 이스라엘이 선제 타격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미국은 원치 않는 전쟁에 끌려갈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이란, 겉으론 강경 속으론 고심=이란은 미국의 제재강화에 적잖이 놀라고 있다는 분석들이다. 겉으로는 호르무즈해협 봉쇄, 유럽 일부 국가에 대한 즉각적인 석유수출 금지 위협 등 거친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하지만 군사력이 상대적 열세를 면치 못하는 데다 서방이 석유 증산, 비축유 방출 등으로 맞설 경우 뜻을 이루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경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장기적인 제재로 자국 화폐 리알화의 가치가 급락하고 물가는 치솟아 국민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핵개발 속도가 관건=평행선을 달리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양측이 정면 충돌까지 갈 것인가는 이란의 핵개발 속도에 달려 있다. 제임스 클래퍼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이란의 우라늄 농축기술 발전은 궁극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과학적·기술적·산업적 능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은 이란이 대략 1년 안에는 핵폭탄을 개발하고 이후 2~3년 내에 운송수단까지 제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지난달 29일 말했다.

 당분간은 힘겨루기 양상이 계속될 전망이다. 어느 한쪽도 섣불리 먼저 도발하기는 쉽지 않다. 탐색전과 신경전, 요인 암살 등 은밀한 전쟁이 산발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강온 양면전략도 예상된다. 진정성이야 어떻든 간에 이란이 핵협상 재개 등 유화책을 들고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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