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인구, 40년 만에 처음 줄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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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해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을 떠난 인구가 수도권으로 유입된 숫자보다 8450명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수도권 인구의 순유출은 정부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70년 이후 처음이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국내 인구이동 통계’에 따르면 수도권은 그동안 매년 수십만 명씩 인구가 순유입됐다. 가장 많이 인구가 순유입된 해는 75년(64만1000명)이다. 외환위기를 겪던 98년에도 9300명이 수도권으로 몰렸다. 그러다가 2002년 21만 명이 순유입한 뒤부터 해마다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입 폭이 줄었고 지난해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반면 대전·강원·충북·충남 등 중부권으로의 인구 순유입은 계속됐다. 지난해 3만5000명이 이 지역으로 순유입됐다. 2006년부터 전입 인구가 전출 인구를 웃돌더니 지난해 사상 최대의 인구 순유입을 기록한 것이다. 통계청은 혁신도시·행정도시 등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중부권 인구 유입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중부권으로 이사 온 사람들 가운데 2만5000명(71%)이 수도권 출신이라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 밖에 영남권과 호남권도 지난해 각각 6000명, 4000명씩 인구가 순유입됐다.

 수도권에서도 서울은 90년부터 빠져나간 인구가 더 많아졌다. 수도권 신도시 아파트 단지에 입주가 활발했던 93~96년엔 95만2000명이 서울을 빠져나갔다. 지난해에도 서울에서 나간 인구는 들어온 이보다 11만3000명이 더 많았다. 시·군·구별 인구 변동 집계에서도 서울 6개 구가 지난해 가장 많이 인구가 빠져나간 곳 10위 안에 들었다.

 이처럼 과거에 사람·기업·돈이 모두 몰리던 서울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인구는 이미 2005년 서울(976만 명)이 경기도(1034만 명)에 1등 자리를 내줬다. 이후에도 서울 바깥으로 집을 옮기는 현상은 가속화됐다. 2006~2010년 서울에서 경기·인천으로 이사 간 사람은 234만3000명. 반면 경기·인천에서 서울로 집을 옮긴 사람은 182만1000명에 그쳤다. 지난해 수도권 인구 감소도 서울을 떠난 사람이 많았던 영향이 컸다. 경기·인천의 인구는 지난해에도 늘었다.

 ‘서울 공화국’의 쇠퇴 현상은 다른 경제 수치로도 나타난다. 경기도와 인천의 지역내총생산(GRDP) 합은 2004년 서울을 앞질렀다. 이후 격차가 점점 벌어져 2010년 GRDP는 ‘경기+인천’(287조원)이 서울(275조원)보다 약 12조원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GRDP가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90년 26.2%에서 2010년 23.4%로 줄었다. 토지자산 금액에서 ‘경기+인천’이 서울을 앞지른 것도 2004년이다. 그때 ‘경기+인천’ 소재 토지자산 금액의 합은 서울보다 21조원 많았다. 2010년엔 그 격차가 122조원까지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탈(脫)서울 현상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봤다.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최근희 교수는 “경제성장이 이뤄지면서 일정 구매력을 갖춘 소득층이 교외로 빠져나가고, 일자리도 대도시 외곽으로 이전하는 현상이 우리나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강대 경제학부 김경환 교수는 “서울의 GRDP가 경기·인천의 합보다 낮다는 것은 오히려 서울의 경제적 영향력이 퍼지는 공간 범위가 이전보다 넓어졌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최근희 교수도 “앞으로 고속철도·도로가 계속 생기고 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하게 되면서 서울의 영향력 범위가 더 넓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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