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돈나 더욱 성숙해진 '테크노 여전사'

중앙일보

입력

팝계에서나 여성학계에서나 마돈나는 논쟁의 대상이 되는 인물이다.

보는 이를 낯뜨겁게 하는 대담한 노출과 노골적인 액션이 담긴 공연 장면은 마돈나의 대표적인 이미지다.

실제로 그녀는 워렌 비티 등과 염문을 뿌린데 이어 최근에는 영국 감독 가이 리치와의 사이에 아들을 낳는 등 화려한 남성 편력을 끊임없이 과시해왔다. 페미니스트 사이에서도 마돈나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으로 엇갈린다.

그러나 그것이 마돈나의 전부는 아니다. 1998년 앨범〈레이 오브 라이트〉를 발표한 그는 이듬해 그래미 시상식에서 최고의 댄스 레코딩.최고의 팝 앨범.짧은 형식의 뮤직 비디오 부문에서 수상했다.

또한 워너 브러더스 뮤직 산하의 매버릭 레코드사를 경영하고 있는 그녀는 앨라니스 모리세트와 데프톤즈 등을 키워내기도 했다.

올해 그래미 신인상을 수상한 크리스티나 아길레라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 가장 본받고 싶은 인물로 마돈나를 꼽은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자리잡고 있다.

팝계에서는 최근 그녀가 발표한 열 네번째 앨범〈뮤직〉이〈레이 오브 라이트〉에 이어 아티스트로서 그녀의 이미지를 정립하는 음반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레이 오브 라이트〉에서 전자 사운드(테크노 사운드) 에 대한 관심을 분명히 보여준 그녀는 이번 앨범에서는 한발짝 더 나아갔다.

기술적으로는 보코더(목소리를 전자음으로 바꾸는 기계) 를 많이 사용하기도 했다.

〈레이 오브 라이트〉에서 마돈나와 호흡을 맞춘 프로듀서 윌리엄 오빗이 이번에는 네곡에만 참여했고, 프랑스 출신의 일렉트로닉 계열 작곡가 겸 프로듀서.엔지니어가 6곡에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새 음반에도 '한번 해보자' 며 다양한 실험을 아끼지 않는 마돈나의 음악적 열정이 그대로 엿보인다.

타이틀곡인 〈뮤직〉은 현재 2주째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차지해 그녀의 역량을 다시 확인케했다.

이 곡은 유럽풍의 테크노 사운드에 복고풍의 펑크 리듬이 잘 어울린다. 복고적인 것과 첨단적인 것을 결합시켜 매력적인 사운드를 만들어낸 남다른 솜씨를 보여준다.

〈아이 디저브 잇〉〈돈 텔 미〉등 다소 느린 곡에선 관조적이면서 성숙한 분위기가 돋보인다.

마돈나는 "이 앨범을 만들면서 음악에 대해, 삶에 대해 정말 많은 생각을 했으며 그러면서 인생의 신비로운 면에 매료됐다" 고 말했다.

"결코 나 자신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지난 앨범은 치밀했으며 감정은 관조적이었다. 이번엔 이런 것들을 보다 끌어올리고 싶었다" 면서.

올해 마흔 두살인 마돈나. 그녀는 새 음반 녹음시 임신한 몸으로도 한곡 한곡에 열정을 쏟아붓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런 열정으로 얻어낸 성공도 때로는 부담스러운가 보다.

두 번째 싱글로 선보일 곡〈왓 잇 필스 라이크 어 걸〉을 가리켜 마돈나는 "이 노래는 딸에게 들려주는 얘기인 동시에 내 자신에게 하는 얘기" 라고 말한다.

그녀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털어놨다. "남자는 성공하는 여자에게 위협을 느낀다. 여자의 성공이 남자를 사귀는 데에는 이롭지 않다는 깨달음에 대한 노래라고나 할까. '성공해라. 그러나 너무 많이는 말아라. 선택의 폭이 좁아질 것이다' , 라고 혼잣말을 할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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