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 박찬호 장학금 받고 큰 김태균 “찬호 형, 어깨 아파도 18승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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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프로야구 한화 김태균(30)에게 ‘거대한’ 선배가 생겼다. 메이저리그에서 17년을 보내고 지난해 일본 오릭스를 거쳐 한화에 입단한 박찬호(39)다.

 미국 투손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는 김태균은 “찬호 형이 있어 정말 든든하다. 찬호 형에게 18승 정도를 기대한다”며 “어깨에 무리가 되더라도 그렇게 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인 연봉(2400만원)을 받고 고국행을 택한 노장에겐 꽤나 가혹한 기대다.

 둘의 인연을 들여다보면 그럴 만하다. 김태균은 천안북일고 시절인 1999년 ‘박찬호 장학금’ 100만원을 받았다. 각 지역을 대표하는 유망주들에게 한국인 첫 메이저리거가 나눠 줬던 선물이었다. 박찬호가 직접 수여하지는 않았지만 17세 소년에게 ‘박찬호 장학금’은 훈장과 같았다.

 김태균이 처음 박찬호를 만난 건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였다. 그때도 말 붙여 볼 기회 없이 대선배를 졸졸 따라다니기만 했다.

 둘은 지난해 4월 지바에서 재회했다. 일본 롯데에서 뛰었던 김태균이 부진에 빠져 괴로워할 때였다. 당시 박찬호는 김태균에게 책 한 권을 선물하며 짧은 편지를 써 줬다. 김태균은 “첫 페이지에 찬호 형이 ‘성적을 좇다 보면 불행해진다. 성공이 아닌 행복을 추구하라’는 글을 직접 써 주셨다”고 했다.

 지난해 말 김태균은 일본에서 돌아와 고향 팀 한화와 계약했다. 뒤이어 박찬호가 한화에 입단했다. 어린 시절 장학금을 줬던 우상이 13년이 지나 동료가 된 것이다.

 어느덧 베테랑이 됐지만 김태균에게 박찬호는 여전히 박찬호다. 김태균은 “찬호 형이 18승, 류현진이 18승씩 해 주면 한화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투손(미국 애리조나주)=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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