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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지식인 비판한 〈…주류 콤플렉스〉

중앙일보

입력

〈한국 지식인의 주류 콤플렉스〉는 논쟁적이다.

'안티 C일보' 운동을 다뤘다고 해서가 아니다. 그 운동에 동참하지 않는 사회인사들을 실명으로 노출하는 것은 물론, 앞뒤 눈치 보지않고 비판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짐작이 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펴내는 즉시 일정하게 팔리는 잡지 〈인물과 사상〉이 나오는 것을 기다리지 못할 정도로 강준만은 답답했을 것이고, 이런 그의 조급증이 별도 단행본까지 만들게 했으리라. 실명비판의 대상 인사들은 임지현(한양대 교수)송병락(서울대 교수)박노해(시인)이진우(계명대 교수) 이상우(서강대 교수)이문열(소설가)등 11명. 저자는 이들을 '미디어 지식인' 이라고 규정한다.

미디어 지식인이라는 말은 정확한 개념어가 되기에는 문제가 있는 어휘. 그러나 강준만은 이를 '미디어에 자주 실려 미디어시장에서 주류가 되고 싶어하는 콤플렉스를 가진 사람' 이라는 의미로 구사하고 있다.

즉 언론에 기고와 인터뷰를 하는 지식인들은 '그렇지 않으면 탈락한다' 는 심리를 가지고 있고, 따라서 현실의 이득이 위협받는다고 생각한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이같은 자의적인 규정에 따르면 임지현 교수는 '위험천만한 인물' 이 된다.

"임지현은 병행되어야 할 정치사회적 파시즘 비판은 외면한 채 '일상 속의 파시즘' 과의 전쟁만을 선포하고 있다. 그 전쟁을 위해서는 특정언론의 힘까지 빌릴 수도 있다는 위험천만한 생각을 갖고있다."

이런 비판은 박노해에게서도 거듭된다. "논리보다는 정서에 기초한 박노해에 대한 부당한 편견에 대해서는 그를 옹호할 의사가 내게는 있다. 그러나 자신에 대한 비판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는 박노해의 최근 태도는 권위주의의 싹을 보인다. 무엇보다 그는 대중운동가가 아닌가?"

논란의 여지가 적지 않은, 그러나 더도 덜도 아닌 강준만 식 발언이구나 싶은 비판은 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다.

비판의 적막강산인 한국 사회에 강준만의 존재 이유는 유의미하다. 단 거친 목소리가 거슬리기도 하고, 너무 가까운 상대에게만 매달려 자기 에너지를 소진하는 것 아닌가 싶어 마음 짠하기도 하지만, 이런 지적은 그가 다름아닌 강준만이니까 양해가 된다.

그러나 또 강준만이니까, 반론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거론된 지식인들은 약간의 고민에 빠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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