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파장과 전망] 포드의 대우차 인수포기

중앙일보

입력

15일 포드의 대우차 인수포기 소식이 전해지자 추석연휴 직후 더블위칭데이(선물-옵션 동시만기일)의 충격을 이겨내고 겨우 반등을 시도하던 증권시장은 메가톤급 폭탄이 터진 듯 망연자실해 하는 모습이었다.

선물이 급락, 서킷브레이커즈가 발동된 데다 종합주가지수는 순식간에 15포인트 이상 빠져 결국 전날보다 21.94포인트 하락한 628.20까지 밀린 채 마감됐다.

이는 종가기준으로 올해 연중최저치이다.

특히 추석이후 상승을 위한 기지개를 켜고 있던 금융주들의 경우는 구조조정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투매현상까지 빚어지기도 했다.

대우증권 이종우 투자전략팀장은 “그렇지 않아도 취약했던 시장의 균형이 포드의 대우차 인수포기 발표로 급격하게 무너지면서 지수가 급락했다”며 “당분간 약세분위기를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 포드의 대우차 인수포기의 파장 = 시장참여자들은 이번 포드의 인수포기와 관련해 향후 기업.금융 구조조정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크게 우려했다.

대우그룹 해체이후 대우증권을 제외하고는 경영권 문제가 하나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포드의 대우차 인수로 대우그룹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면서 금융-기업 구조조정이 급류를 탈 것으로 예상됐으나 결국 그 기대가 무너지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엄청나게 증폭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사실 추석직후 올해 11월까지 금융권 구조조정이 진행된 뒤 최대한 내년 2월까지 기업 구조조정을 끝낼 것이라는 정부의 계획에 힘입어 다음달부터는 금융주를 중심으로 시장이 서서히 되살아날 것으로 시장참여자들은 기대했었다.

그러나 포드의 대우차 인수포기로 그같은 시장의 기대가 무너지게 된 만큼 시장참여자들로서는 투자심리가 급격하게 위축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와함께 기업-금융권 구조조정 차질이 빚어지면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에도 타격이 있을 것으로 이들은 우려했다.

◆ 포드의 인수포기 이유가 중요= 시장전문가들은 이번 포드의 발표와 관련해 실제 포드가 대우차인수를 포기한 이유가 무엇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장일각에서는 포드가 파이어스톤 타이어의 리콜문제 등에 따른 자체 자금난에 의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으나 시장참여자들은 대우차 인수자체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포드가 자체 자금난으로 인수를 포기했다는 것은 그간 포드의 인수에 대한 강한 의욕을 보인 점이나 실제 자금난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 불거질 경우 포드사 자체의 대외신인도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아무래도 결정적인 이유가 되기에는 다소 미흡하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그보다는 가격이 맞지 않았거나 아니면 대우차 실사과정에서 돌발적인 변수가 등장했을 가능성 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실사과정에서 돌발변수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현대-다임러 컨소시엄 등 다른 협상자들과의 사이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예상보다 심각한 문제일 수도 있을 것으로 시장참여자들은 우려했다.

◆ 주가 얼마나 하락할까= 일단 시장에서는 은행주가 가장 취약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이날 포드의 대우차 인수포기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즉각적으로 은행주 투매로 이어졌다.

증권사의 한 은행담당 애널리스트는 “은행들은 대우채 부실과 관련해 충분한 대손충당금을 쌓은 만큼 직격탄은 피한 것으로 보이지만 대우여신의 회수시점이 상당히 불투명해진 만큼 충격은 불가피하다”고 말해다.

시장참여자들은 은행주 뿐 아니라 금융권 및 기업 구조조정 일정이 모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만큼 그나마 회생기미를 보이던 시장전체를 짓누르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증시전문가들은 지금까지 종합주가지수는 650선을 지지선으로 잘 버텨왔으나 이제는 올해 장중 연중최저치였던 625선 정도를 1차 지지선으로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시장일각에서는 지금처럼 취약한 시장구조로는 600선 밑으로 하락하는 것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됐으며 무엇보다 당분간 상승세로 반전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서울=연합뉴스) 임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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