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올림픽때 제작된 오륜기 기사회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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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년 한국에서 태어나 서울 하늘에 펄럭였던 올림픽기가 하마터면 박물관에 처박힐 뻔 했다가 극적으로 살아났다'

샴페인 자국과 끝자락이 헤져 볼품이 없었던 올림픽기는 최근 호주 국립박물관 문화재 복원팀의 재생작업에 힘입어 완벽하게 되살려져 시드니대회는 물론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2004년 아테네올림픽 개최도시 하늘에 휘날리게 됐다.

복원된 기는 88년 서울올림픽당시 국내 기술진에 의해 제작된 것으로 '92바르셀로나, '96애틀랜타대회를 거친 역사적 유물.

그러나 대회를 거치면서 관리 소홀로 겉모양이 심하게 더럽혀진데다 새천년 첫 올림픽인 시드니올림픽에서 새 오륜기를 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 하마터면 IOC박물관에 들어갈 위기를 맞았었다.

올림픽 현장을 떠날뻔 했던 이 올림픽기의 생명은 일부 IOC집행위원들의 역사적 명분론 덕에 가능했다.

동서의 분열로 반쪽 대회로 열렸던 올림픽이 서울대회를 계기로 평화와 화합의 상징으로 제자리를 찾은 만큼 서울올림픽 기를 섣불리 용도폐기해서는 안된다는게 이유였다.

갑론을박을 계속하던 집행위원들도 이같은 명분론에 공감, 현대과학을 총동원해 올림픽기를 원형상태에 가깝게 복원키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

근대올림픽을 태동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쿠베르탱 남작의 아이디어로 처음 만들어졌다가 20년 안트워프대회에서 분실돼 다시 제작된 이후 새로 만들어진 서울올림픽당시 깃발이 21세기에까지 생명을 연장하는 순간이었다.

한국체대 총장인 이상철 한국선수단 단장은 "올림픽운동사에서 가장 성공적인 대회로 평가된 서울올림픽의 오륜기가 다시 생명력을 이어가게 돼 반갑다"면서 "앞으로도 계속 이 기가 세계올림픽 운동의 중심에 설 수 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시드니=연합뉴스)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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