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디폴트 ? … 독일·프랑스 ‘부도 카드’ 만지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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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총리

그리스 빚 깎아주기 협상이 결렬됐다. 채권단 쪽인 국제금융협회(IIF) 협상단이 24일(현지시간) 그리스 아테네를 떠났다. 올 들어 두 번째 협상 결렬이다. 쟁점은 기존 국채와 바꿔주기 위해 새로 발행될 30년 만기 채권의 금리다. 그리스는 연 3.5% 이상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채권단은 연 4% 밑으론 안 된다고 나왔다. 0.5%포인트 차이다. 재협상이 이뤄지면 타결될 수도 있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헤지펀드는 3.5%론 어림도 없다는 쪽이다. 그리스는 금리가 3.5%를 넘어서면 빚의 수렁에서 헤어날 수 없다.

 유로존 양대 리더인 앙겔라 메르켈(58)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57) 프랑스 대통령은 그리스 편이다. 두 사람은 자국 은행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채권단을 압박하고 있다. 그리스 안을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그 바람에 이달 30일 유럽 정상회의 이전에 그리스-채권단 협상이 다시 열려 타결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그런데 로이터 통신은 “최근 베를린과 파리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고 이날 전했다. “그리스를 부도 처리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일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지난해 말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당시까지 독일과 프랑스 쪽은 그리스 디폴트가 제2의 리먼브러더스 사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두려워했다. 그리스가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하면 채권자가 신용디폴트스와프(CDS) 계약에 따라 보험회사·투자은행 등에 원금을 대신 지급하라고 요구(신용사태)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파국을 맞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로이터는 “베를린과 파리는 그리스가 부도나도 피해 액수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CDS발 금융시장 파국도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는 쪽”이라고 전했다.

 게다가 이날 미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선택적 디폴트(Selective Default)’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선택적 디폴트’란 일부 국가 채무에 대해 정상적인 상환을 하지 못하는 상태로 모든 국가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는 ‘디폴트’의 바로 윗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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