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공동선언 이후 대북관련 사기 판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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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국은 ○○무역회사에 해산물에 대한 북남사업 권한을 위임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장 김정일' .

지난 7월 초 북한에 수산물 가공공장을 설립하려던 ○업체 사장 K씨는 중국 옌볜(延邊)에서 '김정일 친서' 를 가져왔다는 브로커에게 3천만원의 선수금을 주었다.

그러나 다시 연락했을 때 브로커는 이미 자취를 감춘 뒤였고, 친서 역시 가짜로 판명됐다.

지난 6월 중순 음반.영상물 수입업체인 B프로덕션 사장 P씨도 북한 문화예술부 직인이 찍힌 '배급.판매 허가증' 을 소지한 조선족 브로커에게 속아 3억원을 날렸다.

" '반갑습니다' '휘파람' 등 북한 인기가요의 음반배급.판매권을 받아주겠다" 는 그럴 듯한 제안에 속은 것이다.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남북화해 분위기를 타고 북한 진출을 모색하는 기업인들이 늘면서 대북사업 관련 사기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6월부터 평양컨설팅 등 대북사업 자문.투자 회사에 접수된 피해사례만도 50여건.

평양컨설팅 방영철(方英哲.탈북자)사장은 "많은 대북사업에 브로커가 개입하고 있는데 이중 상당수는 뚜렷한 능력없이 남북화해 특수(特需)를 악용하려는 사람들" 이라고 말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대북 교역량은 2억2백80만달러로 지난해 상반기(1억4천50만달러)보다 22.9% 증가했다.

지난 7월 말까지의 방북인원도 3천6백2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천6백41명)에 비해 37% 늘었다.

더욱이 최근 정부가 북한 진출을 원하는 중소기업에 최대 20억원의 정책자금을 융자할 계획을 밝혀 이같은 피해가 급증할 전망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사업자 본인들이 주의하는 것 외에는 뚜렷한 방지책이 없는 상황. 대북 컨설팅업체 C사 관계자는 "정부기관이나 전문업체 등과 정보를 공유하며 세밀하게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고 조언했다.

통일부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방북을 통해 직접 확인하는 방법 외엔 현재로선 북측의 확인을 받을 제도적 장치가 없다" 며 "앞으로 고위급회담 등에서 남북 경제협력 관련 각종 제도를 마련해 나갈 것" 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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