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하루 80만배럴 증산 합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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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수출국기구(OPEC)는 10일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 회원국 석유장관 회의를 열고 다음달 1일부터 원유 생산량을 하루 80만배럴 늘리기로 합의했다.

OPEC의 이같은 결정은 최근 10년래 최고수준을 보이고 있는 국제 유가를 끌어내리기 위해 OPEC가 원유를 증산해야 한다는 국제적 압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OPEC 석유장관들의 4시간여의 비공식 회의 뒤 나온 이같은 결정은 당초 증산 예상치 50만배럴보다 다소 높은 수준이다. OPEC는 오는 11월 12일 시장상황을 재평가한 뒤 추가 증산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차킵 켈릴 알제리 석유장관과 압둘라 빈 하마드 알 아티야 카타르 석유장관은 OPEC가 하루 생산량을 현재보다 80만배럴(3%)이 늘어난 2천540만배럴로 조정키로 했다고 확인했다.

오베이드 빈 세이드 알 나세리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석유장관도 이날 회의 뒤 숙소 호텔로 돌아가며 "우리는 매우 기쁘다"며 80만배럴 증산 합의를 전했다.

셰이크 사우드 나세르 알 사바 쿠웨이트 석유장관은 이번 합의가 다음달 1일부터 효력을 발생한다고 말했다. 알 사바 장관은 이날 OPEC 공식 각료회의가 오후 4시(한국시간 오후 11시)부터 시작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OPEC 회원국들은 현재도 하루 70만배럴의 원유를 쿼터량 보다 더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조치는 실제 하루 10만배럴의 증산효과 밖에 주지 못할 것으로 분석가들은 보고 있다.

한 분석가는 "나는 이번 증산조치가 시장 분위기를 바꾸기에 충분하다고 본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앞으로 어떤 상황이 벌어질 지 아직 모른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런던 세계에너지연구센터(CGES)의 분석가 레오 드롤러스는 그러나 "이번 증산합의는 대단한 것이 아니다. 이것은 시장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며 "유가는 당분간 배럴당 30달러선을 유지하겠지만 올 겨울에는 더 오를 것"이라고 부정적 전망을 내놨다.

최근의 고유가 현상은 국제사회의 우려를 야기시켰으며, 일부 석유 소비국들을 격분시키기까지 했다.

프랑스 트럭운전사와 택시기사, 영국 농부들은 정부의 유가 인상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으며 눈이 많이 내리는 산악지역에 살고 있는 미국인들도 겨울철 연료값이 폭등할 것에 우려를 표시했다.(빈 AP.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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