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보인다" 운전중 울고 웃던 버스기사 결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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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정신이상 증세를 보인 고속버스 운전사가 경찰의 정지 명령을 무시하고 한 시간 이상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아찔한 일이 벌어졌다.

 고속도로순찰대는 19일 오후 6시50분쯤 고속버스 승객으로부터 “운전사가 이상하다”는 신고를 받고 중부내륙고속도로로 출동해 경북 문경부터 김천까지 1시간20분 정도 추격전을 벌인 끝에 운전기사 정모(46)씨를 붙잡았다. 다행히 승객 20여 명은 모두 휴게소에 내린 뒤였다.

 문제를 일으킨 고속버스는 이날 오후 4시40분 동서울을 출발해 대구로 향하던 길이었다. 출발 당시 버스에는 승객 26명이 타고 있었다. 운전사 정씨는 괴산으로 접어들면서 갑자기 울다가 웃기를 반복하고 “귀신이 보인다”는 등 이상한 행동을 했다. 승객들은 극심한 불안에 휩싸였다. 그때 승객 중 한 할머니가 “화장실이 급하다”며 충북 괴산휴게소에 들를 것을 요청하는 기지를 발휘했다. 승객들은 모두 하차했다. 이후 정씨는 혼자 버스를 몰고 고속도로로 다시 들어갔고 승객 한 명이 이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다.

 정씨는 출동한 고속도로순찰대의 정지 명령을 무시하고 문경새재IC부터 김천 분기점까지 89㎞를 도주했다. 순찰차는 5대로 늘어났다. 고속버스는 결국 갓길까지 막아선 순찰차를 두세 차례 들이받고서야 멈춰섰다. 정씨는 고속버스를 세운 뒤에도 경찰에 저항하다 출입문과 뒤쪽 유리창을 깨고 진입한 경찰에 체포됐다.

 정씨의 신병을 넘겨받은 경북 김천경찰서는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지만 정씨가 묻는 말에 전혀 입을 떼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천경찰서 관계자는 “검사 결과 음주나 마약은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병원에 의뢰한 정신감정 결과를 기다리는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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